[중앙로365] 샌드박스 룰로 부산 스타트업 생태계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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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식 비온미디어 대표

부산 스타트업 절반 부산 이탈 고민
BNK벤처투자도 본사는 서울

부산시, 창업 엑스포·예산·공간 지원
인맥·네트워크·정보 등이 더 중요

기존 규제 면제·유예 조치만 되면
해외 나가려던 기업도 부산 올 듯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산 스타트업 창업자의 절반 이상이 부산을 떠나 서울로 가려고 고민 중이라고 한다. 왜 부산의 청년 창업가들은 고향을 떠나, 서울로 가는가? 부산시로부터 극초기 스타트업 자금과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이후 성장을 위한 재투자를 받기가 어려운 것이 큰 이유로 꼽혔다. 이는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벤처 캐피털 대부분이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국내 VC의 90%, 부산을 대표하는 민간 벤처 캐피털인 BNK 벤처투자 본사도 서울에 있다. 스타트업 전문 엔젤 투자자들 모임도 수도권에 몰려 있으니, 전국의 창업가들도 서울로 몰린다. 부산의 창업가들도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간다. 별다른 인연도 없는 서울이 부산의 청년 창업가들을 반겨줄 리는 만무하다. 고생문이 열렸다. 그것을 알면서도 달리 방법이 없으니 유니콘을 꿈꾸는 부산의 스타트업 CEO들은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부산시는 그러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하는가? 작년 말 부산시는 아시아 창업엑스포를 열어 부산 기반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및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날 엑스포에는 평소 부산의 창업가들이 만나고 싶어 할 만한 화려한 멘토들과 VC들이 참석해서 자리를 빛냈다. 그러나 엑스포는 지속성이 없다. 부산 청년 CEO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지원이다. 부산시도 스타트업 생태계의 지속적 지원을 위해 예산과 공간을 지원하며 나름대로 노력 중이다. 그러나 부산 스타트업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처럼 효과가 없다. 스타트업에는 당장 돈이나 사무실 공간과 같은 인프라 지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맥과 네트워크 같은 소프트 파워이다. 이런 소프트 파워는 부산시가 스타트업을 위해 사무실을 빌려주고, 예산을 지원한다고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부산에서 스타트업할 때 가장 큰 문제는 네트워킹이라고 한다. 회사를 운영할 때 자금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남들이 모르는 고급 정보다. 이런 정보는 업계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부산 스타트업들에 절실한 것은 서울에 위치한 스타트업들이 누리는 이런 환경이다. 성공한 선배들이 지나간 길을 따라갈 수 있도록 조언해 줄 수 있는 멘토, 정보를 나누면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 등 실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좋은 학군에서 공부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사귀어서 학원 같이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하면 실력이 쑥쑥 느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부산 스타트업에는 상시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스타트업 보육 시스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런 소프트 파워를 가지려면 해당 산업의 생태계 전반을 새로이 구축해야 한다. 한꺼번에 AI 산업, 로봇 산업, 바이오 산업 생태계를 동시에 키울 수는 없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한 분야를 정해서 집중 지원을 해 한 분야라도 서울보다 더 잘하는 분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서울의 기업들도 내려온다. 기업이 내려오면 인재도 따라 내려오고, VC와 같은 금융도 내려온다. 산업 생태계가 새로이 구축되는 것이다.

그럼, 부산은 어떤 분야를 먼저 키워야 할까? 아니 어떤 분야를 선택해야 서울보다 더 경쟁력이 있을까? 산업의 성장성은 높은데, 중앙정부와 금융기관의 규제 때문에 서울의 유망한 기업들이 해외로 뛰쳐나가는 분야가 있다. 바로 블록체인이다. 부산에서 블록체인 산업 분야에 ‘규제 유예 샌드박스 룰’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 규제 유예 샌드박스 룰이란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이다. 서울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주로 핀테크 분야 기업에 ‘혁신금융서비스’란 이름으로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여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부산은 블록체인 특구이다. 블록체인 특구에서 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위해서 샌드박스 룰을 적용하여 블록체인 분야의 혁신적인 서비스가 출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할 것을 제언한다. 만약 부산이 블록체인 산업 분야의 규제를 완화해 준다면 해외로 나가려던 서울의 유망한 블록체인 기업이 부산으로 올 것이다. 기업이 부산에 자리를 잡으면, 인재들도 부산으로 온다. 유망한 기업에서 실력을 키운 인재들은 새로운 기업을 창업한다. 그리고 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VC도 부산으로 온다. 이렇게 부산 블록체인 산업의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고, 스타트업 생태계도 자연스레 풍요로워진다. 이쯤 되면 서울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멘토와 자금을 쫓아 서울역에서 부산행 KTX를 타고 올 것이다. 블록체인 특구, 부산시는 블록체인 기업에 샌드박스 룰을 하루빨리 적용하여 죽어 있는 부산 스타트업 생태계를 살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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