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스포츠의 기본은 체력이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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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용 스포츠라이프부 에디터

양대 프로 스포츠 축구·야구 시즌 돌아와
부산 연고 부산아이파크·롯데 자이언츠
거듭된 부진 원인으로 ‘약한 체력’ 꼽아
고강도 동계훈련 통해 찾은 해법 기대감

한국 양대 프로 스포츠의 계절이 돌아왔다. 프로축구 K리그1이 25일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2023시즌 막을 올렸고, K리그2가 삼일절인 내일 첫판을 펼친다. 프로야구 KBO리그는 4월 1일 개막하나, 앞서 3월 9일 ‘야구 월드컵’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사실상 새 시즌의 출발을 알린다.

부산 연고 프로야구·축구 팀인 롯데 자이언츠와 부산아이파크는 지난 시즌 나란히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롯데는 64승 4무 76패(승률 0.457)로 정규리그 8위에 그쳤고, 부산은 9승 9무 22패(승점 36)로 2부리그인 K리그2 11개 팀 중 꼴찌를 겨우 면한 10위로 추락했다.

두 팀의 부진은 지난 한 해에 머물지 않는다. 롯데는 2017년 정규리그 ‘반짝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한 이후 5시즌 연속 하위권에 처졌다. 7-10-7-8-8.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가 남긴 성적이다.

부산도 만만치 않다. 2015시즌 K리그1에서 K리그2로 강등된 부산은 5년 만인 2019시즌 K리그1에 승격했다. 하지만 2020년 K리그1 무대를 밟은 지 단 한 시즌 만에 꼴찌로 전락, 2부리그로 다시 강등됐다. 2021시즌 K리그2 5위(12승 9무 15패·승점 45)에 그치더니, 지난 시즌엔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절치부심, 새 시즌을 앞두고 두 팀은 나란히 전력 강화에 열을 올렸다. 선수 보강과 함께 두 팀이 꺼내 든 카드는 ‘체력 강화’였다. 부산과 롯데의 두 사령탑은 공교롭게도 거듭된 성적 부진의 원인을 체력적인 한계에서 찾았다.

지난해 중반 긴급히 부산 지휘봉을 잡은 박진섭 감독은 “지난 시즌 부산은 경기 시간 70분이 지나면 체력이 급격히 방전됐다. 이 때문에 후반 막판 실점이 많아지고, 득점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런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경기가 지난해 2월 27일 경남FC전, 5월 17일 대전하나시티전이었다. 부산은 두 경기 모두 2-0, 3-0으로 앞서다 후반 막판 연속골을 얻어맞으며 각각 2-3, 3-4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한 시즌에 이런 대역전패를 두 번이나 당하면 선수들의 정신적인 내상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롯데도 매 시즌 초반 잘나가다 여름과 후반기를 넘어가면 성적이 뚝뚝 떨어졌다. 그래서 늘 ‘봄데’였다. 지난 시즌도 4월 한 달간 2위에 올랐다가 결국 8위로 끝나 버렸다.

지난해 연말 끝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팀 중 하나가 크로아티아였다. 크로아티아는 조별리그에서 단 1승(2무)만 거두고 토너먼트에 올라 일본과의 16강전, 브라질과 8강전을 연거푸 승부차기로 이겨 4강에 진출했다.

이는 앞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이어진 전통(?)이었다. 크로아티아는 러시아 대회 때도 16강전(덴마크전), 8강전(러시아전)을 승부차기로 이겼고, 잉글랜드와의 4강전은 연장 끝에 2-1로 승리해 결승까지 올랐다. 크로아티아는 월드컵 두 대회에서 연장 혈투만 5차례 치러 모두 이겨 내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 줬다.

크로아티아의 승리 비결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이었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연장 120분 이상을 뛰고도 다음 경기에서 오뚝이처럼 살아났다.

돌이켜보면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 신화’를 이룬 바탕도 체력이었다. 당시 한국도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연장 골든골(2-1)로 꺾었고, 8강전에선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이겨 4강에 올랐다.

한국 대표팀을 맡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가장 강조한 게 체력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전후반 내내 달릴 수 있는 체력을 중요시했고, 체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강도 높은 파워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강한 체력은 덩치 큰 유럽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의 바탕이 됐다.

드라마 ‘미생’에서 바둑 스승은 어린 주인공에게 이런 가르침을 전한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대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스포츠나 공부나 가장 기본은 체력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나 전술이라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써먹을 수 없다. 끈기와 근성 같은 정신력도 체력이 받쳐 줘야 발휘되는 법. 부산과 롯데는 부진 탈출의 해법으로 가장 기본인 ‘체력 강화’를 짚었다. 그리고 동계훈련 기간 태국에서, 괌에서 어느 때보다 고강도 훈련을 소화하며 체력을 길렀다. 이제 그 결과물을 내놓을 때가 다가왔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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