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7개월 허송세월 고성 유스호스텔 공사 본궤도
고성군·민간시행사 2일 안전기원제
군의회 제동 등 5수 끝에 현장 재개
4개동 47실 234명 동시 숙박 규모
스포츠·MICE 도시 마중물 기대감
지방의회 몽니로 하세월하던 경남 고성군 유스호스텔 건립사업(부산일보 2022년 10월 21일 자 12면 등 보도)이 마침내 본궤도에 오른다. 관련 예산 편성과 집행에 필요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5수 끝에 군의회를 통과한 데 이어, 멈췄던 현장도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고성군과 고성그린파워(GGP)는 2일 오전 고성읍 신월리 현장에서 유스호스텔 공사 재개를 알리는 안전기원제를 열었다. 2021년 10월 공사 중단 이후 1년 7개월여 만이다.
유스호스텔은 스포츠산업 도시 도약을 이끌 마중물이다. 인구 5만 명 남짓인 고성은 주력 산업으로 육성한 조선 산업이 제 몫을 못하자 사계절 운동이 가능한 천혜의 자연조건을 바탕으로 스포츠 마케팅에 집중했다. 지난해만 26개 종목, 101개의 전국‧도 단위 대회를 개최했다. 총 461일간 대회를 치르며 9만 7700여 명으로 200억 원 상당의 경제 파급 효과를 끌어냈다. 또 겨우내 전지훈련으로 140여 팀, 2500여 명을 유치해 얼어붙었던 지역 경제에 30억 원 상당의 온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열악한 숙박시설 탓에 제대로 된 낙수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상당수 출전팀이 인접한 통영에 여장을 풀면서 정작 소비는 지역 밖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유스호스텔은 이런 현실을 극복하려 준비한 시설이다. 연면적 7199㎡, 47실 규모로 한 번에 234명을 수용할 수 있다. 여기에 다양한 편의시설과 국제회의·연수·워크숍·전시회 등 마이스(MICE) 산업을 수행할 300명 규모 대형 컨벤션 시설도 갖춘다.
승효상 전 국가건축위원장이 설계를 맡아 남산공원 주변 녹지와 조화를 이루는 4개 동 형태로 밑그림을 그렸다. 승효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베이징 장성호텔, 아부다비 문화지구 전시관, 쿠알라룸푸르 복합빌딩 등을 디자인한 세계적 건축가다. 유스호스텔이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 고성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주목받는 이유다.
총사업비는 240억 원. 그러나 지방재정 부담은 없다. 고성하이화력발전소 사업자인 고성그린파워가 출연할 상생협력 기금 140억 원에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기반기금 100억 원으로 충당한다.
고성그린파워가 공사를 발주해 준공 후 고성군에 기부하는 조건으로 2021년 7월 첫 삽을 떴다. 그러나 3개월여 만에 군의회에 발목이 잡혔다. 그해 10월 임시회에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군의회 상임위에서 부결됐다. 앞서 착수사업비로 24억 9500만 원을 승인했던 군의회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숙박업계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제동을 걸었다.
숙박업계는 숙박료가 저렴한 유스호스텔이 들어서면 투숙객이 줄어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집행부는 12월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2022년 본예산에 편성된 공사비 100억 원까지 모두 삭감되면서 공사는 중단됐다.
살얼음판이던 군과 군의회 관계가 민선 8기 출범을 계기로 누그러지면서 정상화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후에도 2차례나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사이 공사비는 계속 불어났고, 이미 확보한 예산마저 반납할 위기에 처했다.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집행부는 주민설명회를 열어 지역사회 공감대를 형성, 군의회를 압박했고 작년 10월 임시회에서 계획안이 통과됐다.
계획대로라면 2024년 말 공사를 끝내고 그해 동계전지훈련시즌부터 선수단을 맞을 수 있다. 이상근 군수는 “유스호스텔을 매개로 창출된 소비 효과는 지역 상권 전체에 돌아가 경기부양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스포츠산업 도시 고성, 누구나 머물고 싶은 고성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숙박업계와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