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론 분열 가중하는 한·일회담 여야 극한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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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임위 파행·주말 대규모 규탄 집회
안팎 정세 급변, 여권 갈등 관리 나서야

12년 만에 ‘관계 정상화’를 선언하며 끝난 한·일 정상회담이 국내에서는 회담 결과와 강제징용 해법 등을 놓고 오히려 여야 간 극한 대립의 새 불씨가 되고 있다.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2년 만에 ‘관계 정상화’를 선언하며 끝난 한·일 정상회담이 국내에서는 회담 결과와 강제징용 해법 등을 놓고 오히려 여야 간 극한 대립의 새 불씨가 되고 있다.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2년 만에 ‘관계 정상화’를 선언하며 끝난 한·일 정상회담이 국내에서는 회담 결과와 강제징용 해법 등을 놓고 오히려 여야 간 극한 대립의 새 불씨가 되고 있다. 진영에 따라 극단적으로 상반된 평가 속에 불똥은 이미 국회로 튀어 17일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가 결국 파행됐다. 야권은 주말에도 시민단체와 함께 규탄 집회를 열어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렇지 않아도 대립각이 첨예한 상황인데, 한·일 정상회담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국론 분열만 더 가중되는 모양새다. 안으로는 화급한 민생 안건이 쌓여 있고, 밖으로는 국가 운명을 좌우할 현안이 산적한 마당에 정국은 더 꼬이기만 한다.

당장 한·일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 차이가 너무 크다. 정부·여당의 정상회담 성과 설명과 이를 반박하는 야권의 공세가 맞부딪히면서 나오는 말도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미흡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한·일 관계 복원과 안보·경제 협력의 지평 확대를 강조하는 반면 야권은 ‘일본의 하수인’, ‘조선 총독’과 같은 원색적인 용어로 혹평했다. 여기에는 각자 정치 셈법을 염두에 둔 의도적인 비판도 없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문제는 국민 사이에도 적잖은 견해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를 완화하고 접점을 찾는 게 정치의 역할인데, 지금은 앞장서서 그 분열에 올라타는 꼴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내의 이 같은 상황은 사실 정상회담 이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강제징용 해법안 제시부터 속전속결로 진행된 회담 과정을 보면서 우리 국민의 마음이 편치 못했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관계 정상화, 안보·경제 협력 강화가 매우 중요한 일은 맞지만, 그럼에도 한·일 문제는 우리 국민에게 냉철한 이성만으론 풀 수 없는 측면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반응하는 영역이 한·일 관계이고 보면, 이번에 일본의 상응하는 조치가 빠진 점은 두고두고 현 정부의 부담이다. 여기다 회담 이후 일본 쪽에서 흘러나오는 예민한 이슈는 언제라도 국내 갈등을 더 부채질할 수도 있다.

한·일 문제에 관한 한 우리나라의 운신 폭이 그리 넓은 편이 아님을 고려하면 지금의 국론 분열이 오래가서는 안 된다. 국제정치·경제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이다. 그러려면 회담을 준비한 정부의 향후 움직임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의 이런 분위기를 이미 예상했다면,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국민의 눈높이와 감정에 맞는 조치를 일본 측에 계속 요구해야 한다. 앞으로 일본 총리의 답방도 예상되는 만큼 그런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아울러 정상회담 관련 국민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도 빼놓을 수 없다. 국론 분열 관리는 결국 정부·여당의 책임이다. 야당도 정파가 아닌 국가적 관점에서 한·일 문제를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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