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하면 ‘내로남불’ 반대하면 ‘부패옹호’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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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국힘 하영제 체포안 ‘딜레마’
이재명·노웅래 부결 전력에 ‘고심’
30일 표결… 국힘 ‘당론 가결’ 압박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보고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보고되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 체포 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고민에 빠졌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당 의원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면 내로남불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반대할 경우 부패를 옹호한다는 지적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하 의원 체포동의안에 사실상 ‘당론 가결’ 방침을 세워 민주당 압박에 나섰다.

정명호 국회 의사국장은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지난 22일 국회의원 하영제 체포동의안이 제출됐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도의회 도의원 선거 예비 후보자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예비 후보자 측에서 7000만 원을 받고, 자치단체장과 보좌관 등으로부터 지역 사무소 운영 경비 등 명목으로 575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체포동의안 제출에 따라 여야가 본회의를 열기로 한 오는 30일 하 의원 체포동의안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하 의원 체포동의안을 바라보는 여야 분위기는 이전 체포동의안 처리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국민의힘은 하 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사실상의 당론으로 내세운다. 115명인 국민의힘만으로는 체포동의안 가결이 어렵다는 점에서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표결은 개별 의원의 자율 판단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

곤혹스러운 쪽은 그동안 검찰 수사를 규탄하며 노 의원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던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표면적으로는 이 대표와 하 의원의 사례는 성격이 다르다며 소속 의원의 자율투표에 맡기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하 의원의 경우는 공천헌금을 거액으로 받은 것이고, 증거도 굉장히 명백하다”며 “수사를 받는 게 맞다고 의원들이 판단할 수 있다. 그러면 그 결대로 가게 될 것”이라며 이 대표 체포동의안 성격과 거리를 뒀다. 전날 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한 라디오에서 “의원 각자가 소신에 따라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하 의원 체포에 찬성한다면 내로남불의 틀에 갇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내용을 따져 표결에 나선다는 비난도 나올 수 있다. 이번에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아직 검찰 수사가 남아 있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또 날아들 경우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부패 범죄 피의자를 옹호한다는 비판도 따를 수 있어 체포동의안에 반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하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국회 체포동의안 상정 시 온정을 베풀어 주면 그 은혜가 바다와 같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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