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남북 MZ세대와 분단 너머로 도약하자
주승현 고신대 교양학부 전임교수 통일학·경영학
부산에 사는 북한 ‘장마당 세대’
‘변화’ 추구 MZ세대와 동질감
남북 젊은이, 공존·공생 모색 가능
유라시아 철도와 도로의 출발지
부산에서 대륙 가는 길 열고 싶어
북한이 고향인 필자는 그곳에서는 ‘장마당 세대’였고 한국에서는 MZ세대에 속한다. 1990년 중반 북한에서 진행된 ‘고난의 행군’ 이후 성장한 ‘장마당 세대’는 배급이 아닌 장마당을 통해 치열하게 생존해 온 세대로 평가된다.
냉엄한 경쟁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한국의 MZ세대나 북한의 ‘장마당 세대’는 1980~2004년에 태어난 젊은 층으로, 단순한 세대 구분을 넘어 남북 모두가 겪고 있는 세대 변화와 사회 변화라는 배경을 갖고 있다.
생존의 냉엄한 경쟁을 치르며 성장한 남북 MZ세대는 일견 공통점이 있다. 나약하고 물질적인 세대라는 통념이 남북 사회에 똑같이 존재해도 사실은 좁고 단선적인 질서에서 실용과 개성으로 변화를 도모하는 세대이다.
고향에서 처음 한류를 접했던 날, 집안 벽 한쪽에 걸려 있던 한반도 지도를 보는 어린 마음에 분단이 찾아왔다. 한반도가 하나가 되면 전쟁도, 막혀서 오가지 못하는 일도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때 통일에 대해 부푼 소망과 함께 남북이 하나가 된다면 고향에서 직선거리이고 최남단인 부산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막연히 품었다.
‘고난의 행군’ 시기 사람들이 굶어 죽어 가는 광경을 경험해야 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해 사병 군 복무기간만 13년이었던 시기에 군에 입대하여 앳된 얼굴의 남북한 MZ세대가 서로 마주한 DMZ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홀로 한국으로 왔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수선한 시기에 이곳의 친구들과 대학과 일터에서 ‘3포세대’나 ‘MZ세대’ 용어의 등장을 경험하며 함께 버텨 왔다. 분단 한반도에서 MZ세대로 남북 모두를 경험한 것은 계획적이지는 않았지만, 시나브로 숙명처럼 여겨진다.
통일문제를 전공한 내가 관련 분야의 정보와 관심이 집중된 수도권을 떠나 부산의 한 대학교에 자리를 잡고 관련 수업을 개설할 때만 해도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기우라는 듯 매 학기 6과목씩 개설하는 북한·통일 관련 과목은 필수과목이 아님에도 폐강된 적도, 수강 인원이 저조한 적도 없었다.
기성세대와 다르게 MZ세대는 북한과 통일에 무관심하다는 사회적 통념을 넘어서는 이런 현상은 정치적·당위적 주입보다는 사회적·문화적 접근과 실리적·미래적 욕구의 담담한 일상성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오갈 수 없는 분단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장벽 너머 지대의 사회적·문화적 궁금증을 자기들만의 방법으로 알아 가며 경쟁의 무한궤도에서 통일이 희망인지를 자발적으로 확인하려 하는 움직임들은 생경하지만, 소신 있는 MZ세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각자도생으로 생존하며 시장을 통해 유통되는 한류 등을 통해 외부 세계를 동경하는 북한의 MZ세대와 마찬가지로 무한경쟁을 반복하며 살아온 한국의 MZ세대의 답답함은 K-POP의 열풍처럼 분단 너머를 갈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실용을 중시하는 남북한의 MZ세대가 미구에 자유와 도약의 접점을 찾아 평화롭게 공존하며 공생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다.
MZ세대와 내가 사는 지역도 일면 닮은 모습을 지닌다. 치열한 경제적 상황과 현실 앞에서 멈칫하기도 하지만 거대한 챌린지를 품은 가시성 있는 존재이며 지역이다.
부산은 분단된 한반도에서는 끝자락이지만 해륙적인 관점에서는 유라시아 철도와 아시아 고속도로의 출발 지역이며 이는 분명히 블루오션이다. 그 시작점에서 동아시아 물류 중심의 꿈을 이루려면 새로운 세대를 통한 효율성과 확장성도 필수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도되는 생존환경의 변화처럼 MZ세대의 개성과 특성을 인정하고, 강요된 의무보다는 기회와 실리가 부각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부산에서 대륙으로 가는 길을 준비하고 싶다. 부산에서 시작되는 7번 국도를 따라 속초와 고성을 거쳐 원산을 지나면 필자의 고향인 함흥에 다다를 수 있다. 7번 국도는 한반도 최북단인 함경북도 온성까지 이어지는데 남북한 MZ세대의 도전과 희망은 그 이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