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탈의실서 불법 촬영한 의대생 '집행유예'…검찰 항소
교내 탈의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학생들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대생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이 항소했다.
수원지검은 1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아주대 의과대학 재학생 A 씨 사건 1심 재판부에 양형부당 등 이유로 항소장을 냈다. 검찰은 "피고인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공판 단계에 이르기까지 '부모로부터 휴학 허락을 받을 수가 없어서, 휴학하기 위해 일부러 범행을 저질렀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계속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다수이며, 대부분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일상적인 공간에서 동료들을 범행 대상으로 설정한 계획 범행으로 죄질이 불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6월 말 경기 수원시 아주대 의대 건물 탈의실에서 수납장에 카메라를 설치해 남녀 재학생들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간이 탈의실은 재학생이 옷을 갈아 입을 수 있도록 마련된 임시공간으로, 평소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이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일 오전 A 씨가 카메라를 설치한 지 여러 시간 뒤 다른 재학생이 A 씨가 설치해둔 카메라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해당 카메라의 촬영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신고 당일 재학생 여러 명이 상의를 갈아입는 모습 등이 찍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측은 범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학업 스트레스와 절친한 친구의 사망 등으로 시작된 우울증으로 약을 오래 먹고 있던 와중에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1심 결심 공판 때 A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수원지법은 이달 6일 1심 선고 공판에서 A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과 사회봉사 20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학교라는 특수성 있는 공간에서 친구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고, 의대생에 대한 사회적 기대나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며 "범죄가 발각된 다음에도 '휴학 허락을 받기 위해 사고 쳤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했고, 일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촬영된 내용이 심각하지 않은 점, 초범인 점, 학업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이 이 사건 범행에 영향을 미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