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저출생과 난자 냉동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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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 스포츠라이프부 차장

“지인의 사례가 아니었다면 저도 미혼 여성의 난임이나 난자 냉동에 관심이 없었겠지요.” 얼마 전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이메일을 보낸 이는 ‘미혼 여성의 난자 냉동’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며, 지인의 병원 기록까지 덧붙여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만 30세의 미혼 여성인 A 씨는 소화기계 질환이 의심돼 검사를 받다가 난소의 이상을 발견했다. 이후 일명 난소 나이 검사로 불리는 ‘항뮬러관 호르몬 검사’(AMH)를 진행했다. 항뮬러관 호르몬은 난소의 과립막 세포에서 생성돼 난포 성장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수치를 통해 남아 있는 원시난포의 수를 파악할 수 있다. 수치가 낮을수록 난소 기능이 떨어진 것을 의미하며, 1.2ng/ml 이하일 경우 난임의 원인이 되는 ‘난소 기능 저하’로 판단한다. 평균적인 수치를 보면 20대는 4.0ng/ml, 30대는 3.0ng/ml, 40대는 1.0ng/ml이다. 검사 결과 A 씨는 ‘0.3ng/ml’이라는 극도로 낮은 수치와 함께 ‘난소 나이 측정 불가’라는 판정을 받았다.

아직 결혼 계획은 없지만 향후 자녀 출산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A 씨는 ‘난자 냉동’을 떠올렸다. 하지만 곧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난자 냉동 시술 비용은 회당 300만~350만 원이며, 평균 4~5번의 시술을 반복해야 해 1500만 원이 넘게 든다. AMH 수치가 낮은 A 씨의 경우 난자 채취량이 한 번 시술에 최대 2개밖에 되지 않아 목표량인 15개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7~8번의 시술을 해야 해 250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사회 초년생이 대부분인 20~30대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금액이다. 현재 정부의 난임 시술 비용 지원금은 혼인 여성과 사실혼 여성만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생률(가임기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지난해 0.78명이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였다. 우리나라 합계출생률은 2015년 1.24명, 2018년 0.98명, 2021년 0.81명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202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전문가들은 저출생 정책을 출산과 양육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서 교육·일자리·부동산 등 개인의 생애주기 전반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더해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결혼한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각에서도 벗어나야 할 것이다. 20대와 30대가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는 데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말이다.

의학적으로 만 35세 이후에는 난자의 수와 질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임신율도 떨어진다. 만혼 시대, 가임력 보존과 난자 냉동이 주목받는 이유다. 최근 서울시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미혼을 포함한 30~40대 여성의 난자 냉동 시술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20대 여성도 난소종양 관련 질환이 있거나 항암치료 등으로 난소기능 저하가 우려되는 경우(AMH 수치 1.0 미만)에는 지원받을 수 있다. 환영할 일이지만 출산 문제에 있어서까지 거주지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저출생은 국가적 문제인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서 ‘아이를 낳을 의지가 있는 사람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 주기만 해도 출생률이 오르지 않을까.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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