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격전지 바흐무트 일부 탈환… 러시아군은 ‘적전분열’
러군 점령 지역서 연일 강도 높은 전투
진흙탕 벌판 마른 뒤 20㎢ 영토 되찾아
젤렌스키 “아직 대반격 시작은 아니야”
러 정규군·용병 바그너그룹 갈등 심각
전력 보존 vs 병력 올인 엇박자가 원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 이후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동부 바흐무트에서 적극적인 공세를 펼쳐 일부 지역을 탈환하는 등 대반격을 위한 태세를 갖추고 있다. 반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임박한 상황에서 용병과 정규군의 갈등이 극에 달해 적을 눈앞에 두고 사분오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17일(현지 시간) 영국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성명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공세에 나서 약 20㎢에 이르는 영토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말랴르 차관은 “동시에 적들은 바흐무트에서 진격해 대포로 도시를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새로운 공수부대를 계속 파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의 바흐무트 방어가 수개월 지속되고, 특정 지역에서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전사들의 힘과 방위사령부의 뛰어난 지휘 능력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가 이번에 되찾은 바흐무트 지역은 시야가 넓고 장갑 차량과 병력의 이동이 용이한 평지다. 해당 지역은 러시아군이 몇 주에 걸쳐 진흙탕 속에서 힘겹게 점령한 곳이었다. 하지만 온화한 날씨에 땅이 마르면서 굳어져 우크라이나군이 며칠 만에 수복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의 러시아군 진지를 장악하는 등 수주간 격렬한 전투 끝에 러시아군을 바흐무트 주변으로 후퇴시키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인구 7만 명의 바흐무트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나머지를 점령하기 위한 발판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조만간 있을 우크라이나군의 대규모 반격을 앞두고 바흐무트 점령 공세를 계속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이 지역 보급선을 지키기 위한 역공에 나섰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바흐무트의 고층 아파트와 빌딩 사이에서 강도 높은 전투가 계속되는 것을 보여주는 영상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최근 러시아도 바흐무트 일부 지역에서 후퇴한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 지역에서의 전투가 대반격의 일환으로 비치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 15일 영국 방문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반격 시기에 대해 “우리는 정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은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지만 러시아 진영에서는 오히려 적전분열이 벌어졌다. 특히 전투를 수행 중인 용병과 정규군 사이 반목은 러시아의 전투력을 갉아먹고 있다. 바흐무트를 점령하려는 과정에서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과 국방부가 보인 갈등상은 러시아 군사조직들이 성공적으로 협력해 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케 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지적에도 바흐무트 점령에 인력과 물자를 쏟았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대비해 전력 보존에 집중하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 군에 복무하는 외국인의 러시아 국적 취득을 한층 수월하게 하는 조치를 단행했다고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와 RBC 통신 등 러시아 언론이 보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병력 손실이 커지는 가운데 옛 소련에 속했던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 외국인 등의 러시아군 입대를 장려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