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BIFF 이사회, 혁신위에 전권 이양하고 사퇴하라”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원로 감독·평론가 등 고언 이어져
조종국 사퇴 우선 과제 한목소리
정지영 감독 4대 해결안 공론화
“내용 접한 이용관 ‘노력할 것’ 답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영화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BIFF 혁신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 첫 회의가 열린 영화의전당 비프힐 회의실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영화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BIFF 혁신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 첫 회의가 열린 영화의전당 비프힐 회의실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원로 감독과 제작자, 평론가 등이 부산국제영화제(BIFF) 사태와 관련해 잇따라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반성과 쇄신이 없는 BIFF 사태에 대한 우려가 전국 영화계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석연찮게 ‘공동 위원장’으로 임명된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 해촉 요구가 이어졌고, 이사회는 향후 출범할 혁신위원회에 전권을 이양하고 전원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혁신위원회를 만들 준비위원회가 BIFF 이사들로 꾸려진 점도 규탄하며 영화인들이 숙고한 혁신위원 구성안도 제시됐다.

정지영 영화감독은 지난 6일 영화인들에게 ‘부산영화제 사태 해결을 위해 드리는 고언’이란 제목의 글을 공유했다. 그는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해 다수 영화인과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누고 이용관 이사장과 대화도 이어왔다'며 '사태가 나아지지 않아 장기적 안목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에서 보다 많은 영화인의 지혜를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글을 쓴 이유를 밝혔다.

1976년 영화 ‘내 마음은 풍차’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그는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1985’ ‘블랙머니’ ‘남부군’ 등을 연출한 충무로 대표 감독이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다룬 ‘소년들’로 지난해 BIFF를 찾기도 했다. 스크린쿼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 주요 고비마다 영화계 정상화를 위해 힘썼다.

정 감독은 BIFF 사태 해결을 위해 4개 사안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모든 사태의 원인이 된 조 위원장 해촉을 다시 한 번 요구한다’ ‘이용관 이사장은 사퇴 약속을 반드시 지키길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혁신위원회는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과 현 이사회, 현업 영화인, 부산 시민단체 추천, 부산 영화인 단체 추천, 부산시 당국 1인씩, 위원 7명을 추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혁신위원회가 구성되면 이사회는 전권을 이양한 뒤 전원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 2일 이사회에서 BIFF 이사들로 혁신위 준비위원회를 꾸리는 결정으로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며 '잘못을 저지른 이사회가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는 처사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사회가 책임을 통감하기보단 권한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이 이사장 사임 표명까지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지난 2일 이사회 전에 영화인 의견을 모아 혁신위원회 구성 원칙·임무·권한 등을 명확히 하고, 조 위원장 용퇴로 진정성을 보여달라고 이 이사장에게 제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혁신위원으로 추천한 7명을 준비위원으로 선임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이사회에서 해당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BIFF의 한 이사는 “영진위원장 등으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는 안은 이사회에서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 감독은 7일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BIFF가 결국 이사들로 혁신위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며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영화인들에게 문제를 공론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영화인이 논의해 (BIFF 사태를)풀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이 이사장에게 새로운 4개 요구 사항을 전달했는데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답은 들었다”고 했다.

다른 영화인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이준동 나우필름·파인하우스필름 대표(전주국제영화제 전 집행위원장)는 “조종국 사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소수의 욕심으로 문제가 악화하고, BIFF의 위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위원회를 빨리 구성하고 이사회는 전권을 넘겨줘야 할 것”이라며 “영화제 정상 개최를 볼모로 잡으면 안 된다”고 했다.

BIFF 집행위원과 아시아필름마켓 위원장을 역임한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이사들로 혁신위원회 준비위원을 구성한 게 절차적 민주주의에 의한 것이라면, 혁신위는 정지영 감독이 제안한 인물로 구성하는 게 공신력이 있을 것”이라며 “이사회는 서둘러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전권을 이양한 뒤 활동을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영화제는 프로그래머 중심으로 치르고, 혁신위는 포스트 체제를 구축하면서 부적절한 인사나 조직 개입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