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 매각 거제 짝퉁 거북선 결국 폐기되나
무게 120t, 파손 심각해 낙찰자 인도 지연
거제시, 계약 따라 26일까지 못하면 폐기
국비 등 20억 원을 들였지만 미국산 소나무 사용 등 부실 제작 논란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남 거제시 짝퉁 거북선이 결국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우여곡절 끝에 헐값에 팔려 새 주인을 찾았지만, 이마저도 인수기한을 지키지 못해 강제 철거될 위기다.
19일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달 공개입찰을 통해 매각된 ‘거북선 1호’가 한 달이 넘도록 인도되지 않고 있다.
거북선 1호는 지난달 16일 진행된 거제시 공유재산 매각 일반입찰에서 154만 5380원에 낙찰됐다.
낙찰자는 거제 출신으로 교육계에 몸담았다가 퇴임한 일반인으로, 충무공 탄생일인 1545년 3월 8일에 맞춰 입찰금(154만 5380원)을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같은 달 26일 낙찰자가 거제시를 방문해 거북선 매매 계약서에 최종 서명하고 잔금을 치르면서 소유권 이전 절차가 마무리됐다.
그런데 거북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가 만만찮았다.
현재 거제조선해양문화관 육상에 전시된 거북선은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에 무게만 120t에 달한다.
선체 파손과 부식도 심각한 상태다.
이 때문에 거북선을 해체해 이송한 뒤 다시 조립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이 경우 1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북선 매각 비용 외 소용되는 모든 제반 비용은 낙찰자 부담이다.
마땅한 대안이 없던 낙찰자는 최근 거제시에 ‘인도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는 계약 조건에 따라 오는 26일까지 인수해 가지 않으면, 계약 해지와 함께 거북선을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낙찰자가 자신의 사유지에 거북선을 이전하려고 하는데 하필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이라 부지 용도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또 수개월을 허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철거 민원도 많아 기한이 도래하면 철거 수순을 밟을 예정”이라고 못 박았다.
문제의 거북선은 2011년 경남도가 추진한 이순신 프로젝트 중 하나로 ‘1592년 거북선 등 군선원형복원사업’을 통해 건조됐다.
3층 구조에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 크기로 제작됐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을 재현해 ‘1592 거북선’으로 불렸다.
당시 사료 고증을 토대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복원된 거북선 중 가장 원형에 가깝게 복원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건조를 맡은 업체가 시방서에서 정한 금강송이 아닌 미국산 소나무를 섞어 사용한 사실이 들통나 ‘짝퉁’ 논란이 불거졌다.
완성도도 크게 떨어졌다. 방부 처리가 제대로 안 돼 목재가 심하게 부식되고 뒤틀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2011년 6월 17일 지세포 입항 직후부터 선체로 물이 들어찼다.
거제시는 수리 후 승선 체험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찮았다.
안전검사협회 검사 결과,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지만 선체 롤링(흔들림)이 심해 바다에 띄운 채 관람객을 승선시키는 데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2012년 육지로 건져 올린 이후 지금까지 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됐다.
그리고 지난해 태풍 힌남노 북상 때 선미(꼬리) 부분이 파손되면서 안전사고 우려와 함께 폐기 처분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거제시는 매각에 나섰지만, 이동이 쉽지 않고 활용 방안도 마땅찮아 번번이 무산됐다.
2월 첫 입찰 당시 1억 1750만 원에 거래가 시작됐지만 앞선 7번의 입찰은 모두 무산됐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