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11일 개막… 냉전 이후 첫 새 방위계획 수립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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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개국 정상 리투아니아에 집결
러시아에 맞서 대비태세 강화 목표
방위비 확대 가이드라인도 개정
우크라·스웨덴 나토 가입 논의

31개국 정상들이 집결하는 나토 정상회의가 11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린다.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모습. 연합뉴스 31개국 정상들이 집결하는 나토 정상회의가 11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린다.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모습. 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31개국 정상들이 11일(현지 시간) ‘동부전선’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집결한다.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대처 전략을 두고 나토 회원국 간에 이견이 노출되는 상황에서 이번 정상회의는 동맹 결속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회의에서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와의 전면전을 가정한 유럽과 대서양 방위계획이 새로 수립되고 9년 만에 방위비 지출 확대 가이드라인도 개정될 전망이다. 또 우크라이나가 주장하고 있는 ‘종전 후 나토 가입 약속’과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어느 정도 진전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속 빈 군대’ 오명 벗는다

나토는 정상회의에서 북극과 대서양, 발트해, 유럽 중·남부에 대한 방위계획에 최종 합의할 예정이다. ‘지역계획’으로 불리는 새 방위계획은 러시아와 테러공격에 대한 대비태세 강화를 목표로 한다. 유사 시 나토는 병력 30만 명을 유럽 동부전선 일대에 30일 이내에 배치하고 회원국 간 상호 운용 능력을 강화하고 육해공 전반에 걸친 전력을 증강한다.

차질 없는 방위계획 이행을 위한 방위비 지출 확대도 논의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014년 이후 9년 만에 방위비 지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겠다고 이미 예고한 바 있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지출’로 돼 있는데, 나토는 이번 개정을 통해 2% 기준선을 최소치로 명시한다는 계획이다.

방위비 지출 가이드라인에 강제성은 없지만, 기준을 더욱 명확하게 함으로써 각국의 자발적 방위비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우크라 가입’ 회원국 이견 계속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끝나는 대로 나토에 가입할 수 있다는 분명한 정치적 합의가 이번 정상회의에서 도출되기를 바라고 있다.

나토는 2008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나토 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를 뛰어넘는 구체적인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막판까지 나토 내부 고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점도 일부 회원국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는 요인이다.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되찾지 못한 채 러시아와 휴전 또는 종전 협상에 나설 경우 섣부른 가입 약속이 오히려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확답’을 주거나, 가입 요건을 완화하는 것에 상대적으로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이번 회의에서 당장의 가입 약속보다는 우크라이나에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하자는 데 방점을 둘 것으로 외신은 내다봤다. 이에 비해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동유럽 회원국들은 자국의 안보 우려와 맞물려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맞이하는 데 더 적극적이다. 이번 회의에 초청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 같은 동유럽 국가 지지에 힘입어 나토 모든 회원국에 더욱 선명한 약속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단아’ 에드로안 이목 집중

이번 정상회의의 또 다른 주인공은 ‘나토의 이단아’로 불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다. 지연되고 있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를 매듭지을 사실상의 ‘캐스팅보터’가 에르도안 대통령으로 여겨진다.

스웨덴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오랜 군사중립 정책을 폐기하고 핀란드와 함께 같은 해 5월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다. 이후 핀란드는 기존 30개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 11개월 만인 지난 4월 31번째 회원국이 됐지만, 스웨덴은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제동으로 아직 합류하지 못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에 반튀르키예 무장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 대응 강화를 요구한 데 이어 최근에는 스웨덴에서 벌어진 이슬람 경전인 쿠란 소각 시위 등 돌발 상황을 문제 삼아 최종 동의를 미루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튀르키예, 스웨덴, 핀란드 간 고위급 회동이 성사된 데 이어 11일 중 나토 중재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빌뉴스에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직접 대면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9일 에르도안 대통령과 실시한 전화 통화에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튀르키예의 F-16 전투기 구매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해 스웨덴 나토 가입에 힘을 싣었다. 나토는 튀르키예의 동의를 받아내면 덩달아 최종 동의를 미루고 있는 헝가리도 자연스레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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