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묻지마 공모’ 뒷감당 안 돼 ‘자문 받아’ 백지화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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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돔 포기 전제 용역 들어가
예산 150억 중 국비 50억 불과
시설 활용 낮고 유지비도 부담
명분 찾아 사업 반납 비난 고조

고성군 에어돔 구장 조감도. 고성군 제공 고성군 에어돔 구장 조감도. 고성군 제공

경남 고성군이 정부 공모 사업으로 유치한 ‘에어돔 구장’ 건립이 돌연 백지화 수순을 밟고 있다. 국비 지원 욕심에 스포츠마케팅 인프라 구축을 명분으로 일단 사업은 따냈는데, 뒤늦게 실익을 따져보니 도움은커녕 오히려 손해라는 판단에서다. 주먹구구식 공모 사업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11일 고성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달 ‘전지훈련 특화시설 사업계획 재검토’ 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용역은 에어돔 건립 포기를 위한 절차다.

에어돔은 기둥과 옹벽 없이 공기압으로 실내 공간을 확보한 거대한 천막 구조물이다. 냉난방과 공기정화 시스템을 활용하면 폭염과 강추위 등 기상에 관계없이 사계절 운영 가능하다. 또 일반 건축물에 비해 높은 인장력을 갖춰 지진, 태풍같은 자연재해에도 강해 평소엔 체육활동 공간으로 사용하다, 긴급 상황 발생 시 대피 시설로도 활용할 수 있다.

고성군은 작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주관 공모에 참여해 사업자로 선정됐다. 총사업비는 100억 원. 체육진흥기금 50억 원에 군비 50억 원을 보태는 조건이다. 공단은 곧장 착수 사업비로 30억 원을 고성군에 우선 지원했다.

그런데 공모를 위해 허술하게 짜 맞춘 사전 용역 탓에 시작도 못 한 채 하세월 했다. 군은 에어돔 건립 장소로 고성읍 기월리 스포츠타운 4 구장을 낙점했다. 주변 시설과 연계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시설 규모는 국제경기용 축구장이 들어가는 가로 110m, 세로 78m, 높이 25~30m 크기로 2층 구조에 에어돔을 씌우는 형태로 밑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실제 설계를 진행해 보니 계획한 실내 면적을 확보하려면 좌우에 맞닿은 3 구장과 주차장 절반가량을 침범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물 기본 뼈대에 공조기 등 내부 설비까지 갖추려면 기존 축구장만으론 턱없이 부족했다. 이대로 에어돔을 만들면 멀쩡한 축구장 1면과 주차장이 반쪽짜리가 된다.

고성군이 에어돔 건립 예정지로 점찍었던 기월리 스포츠타운 4구장. 왼쪽 3구장과 오른쪽 주차장이 맞닿아 있다. 다음 지도 캡처 고성군이 에어돔 건립 예정지로 점찍었던 기월리 스포츠타운 4구장. 왼쪽 3구장과 오른쪽 주차장이 맞닿아 있다. 다음 지도 캡처

소요 사업비도 최소 15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공단 지원은 50억 원이 한도라 초과 사업비는 오롯이 지자체 부담이다. 고성군이 100억 원 상당을 떠안아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10%도 안 되는 고성군이 감당하기 버겁다. 여기에 유지관리비로만 매년 2억 4000만 원 상당을 투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지적과 함께, 스포츠마케팅 활성화가 목적이라면 축구장이나 야구장을 증설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건립 위치를 옮기는 것도 고민했지만 여의찮았다. 군은 회화면과 당항포 종합운동장 2곳을 대체지로 검토했다. 하지만 이 경우 계획 면적을 2배로 늘려야 해 접었다.

설왕설래하는 사이 군의회가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부결시키면서 자부담 예산 편성도 불발됐다. 결국 공모 선정 1년 만인 지난 3월, 집행부는 사업을 포기하기로 내부 방침을 굳혔다. 고성군 관계자는 “지난 1월 준공한 국내 1호인 경주 에어돔을 직접 둘러보고 운영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국비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장은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체부와 공단은 고성군의 예산 반납을 거부했다. 성급하게 포기하지 말고, 계획 변경 등 정상 추진 방안을 더 고민해 보라는 것이다. 다만, 그래도 못하겠다면 납득할 만한 전문기관 분석 결과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국비를 토해낼 명분을 찾으란 의미다.

군이 계획에 없던 재검토 용역을 의뢰한 이유다. 용역비만 1900만 원. 가뜩이나 빠듯한 지방재정을 축내면서 애써 확보한 국비를 토해낼 명분을 찾고 있는 셈이다. 고성군 관계자는 “군의회나 체육계도 (백지화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이달 말께 나올 재검토 용역 결과에 각계 의견을 종합해 8월 중 다시 반납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묻지마 참여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비 준다니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식으로 달려드니 이런 사달이 벌어진다”면서 “신청에 앞서 지역에 진정 필요한 사업인지, 실효성은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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