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에 '다른 쇼핑몰에선 가격 올려라' 요구하면 경영 간섭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국회 통과…공정위 "납품사 보호 강화"
쿠팡 사례 계기로 법 정비…지금까지는 공정거래법 끌어와 규제
온라인 쇼핑몰 등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의 가격 결정에 관여하면 대규모유통업법으로 제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 유통업자의 경영간섭 행위 금지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18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업자는 자신의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자의 독자적인 경영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면 안 된다. 법 위반 시 공정위가 납품 대금 또는 연간 임대료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런 경영 간섭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하므로 현재도 제재 대상이다. 다만,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 쇼핑몰 등 대규모 유통업자에게 적용되는 특별법인 대규모유통업법에는 경영 간섭 금지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었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2021년 쿠팡이 자사 쇼핑몰 상품 가격을 최저가로 유지하기 위해 경쟁 온라인몰 판매가격 인상을 요구한 행위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과징금 13억 6000만 원을 부과한 바 있다.
특별법인 대규모유통업법 대신 일반법인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려면 거래상 우월한 지위 유무를 입증하는 등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의 범위도 관련 매출액의 4% 이내로 차이가 있다.
쿠팡 사례는 공정위와 국회가 대규모유통업법을 손질하는 계기가 됐다.
공정위는 "이번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통해 대규모 유통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더욱 적극적으로 규율하고 경영 간섭에 노출된 납품업자에 대한 보호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공정거래조정원 내 6개 분쟁조정협의회에 각 1명씩 상임위원을 두도록 하는 공정거래법·하도급법 등의 개정안도 통과됐다. 원래 공정거래조정원 분쟁조정협의회 위원은 모두 비상임이었는데, 상임위원이 위원장을 맡도록 해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안건을 심의하겠다는 취지다.
또 변호사 또는 가맹거래사에게 자문한 경우 가맹계약서 숙고 기간을 14일에서 7일로 단축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