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후보들 미국행… 중 “어떤 왕래도 반대” 미 “도발 중지” 신경전
여야 후보 각각 미 방문 추진
내년 선거 미중 대리전 양상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의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미국 방문을 추진하면서 중국과 미국의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대만 사이의 왕래를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미국은 일상적인 방문이라며 중국에 도발 중지를 요구했다.
특히 대만 문제가 미중 간 경제·안보 대립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만 총통 선거가 미중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대만 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정권을 교체하길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으나 미국은 이에 반대하는 형국이다.
18일 중화권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는 다음 달 15일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계기로 미국을 방문하며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도 9월 중 미국을 찾는다.
라이 후보는 중국과 대만 내 친중 세력의 반발을 우려해 방미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파라과이 방문을 전후해 미국을 경유하며 미 의회·행정부 인사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차이잉원 총통의 방미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권력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접견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이에 국민당 허우 후보는 9월 미 뉴저지주에서 열리는 대규모 화교 연차총회를 계기로 미국을 방문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는 국민당의 친중 노선을 고려한 행보로 허우 후보는 방미로 친중 색깔을 희석함으로써 대만의 중립 성향 유권자에 다가서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여야 후보의 방미를 놓고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독립 분열주의자가 어떠한 명목과 어떠한 이유로도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이동 거리를 고려할 때 (미국을) 경유하는 것은 일상적이며 지난 수십 년간 10명의 대만 부총통이 미국을 경유했다”면서 “중국이 이를 도발적 행동의 명분으로 삼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과 미국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은 2016년 차이 총통 집권 이후 대만 정부와 접촉을 꺼려왔으며 내년 총통 선거에서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다져왔다. 중국은 대만 유권자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적어도 내년 총통 선거 때까지 대규모 무력시위를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미국은 민진당의 집권 연장을 바란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첨단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서방의 디리스킹(위험 제거)과 관련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TSMC 등을 보유한 대만의 역할이 지대한 것도 미국이 대만을 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