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와르르’ 부산, 집중호우 ‘후폭풍’(종합)
서구 암남동 주택 축대 붕괴
물 유입 지속·노후화 주원인
전국 수해 여파도 광범위
한반도를 덮친 집중 호우가 소강 상태에 들어갔지만 부산에서는 다세대 주택을 떠받치던 축대가 무너지는 등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전국에 걸쳐 광범위한 지역에 호우 피해가 누적된 탓에 수해 복구도 더딘 상태다.
20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10시 15분께 서구 암남동의 한 3층짜리 다세대 주택 축대 일부가 붕괴했다. 폭 10m의 축대 중 절반이 넘는 6m가량이 무너진 것이다. 축대는 경사지에 평평한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세우는 옹벽의 일종으로, 통상 축대 위에는 주택이나 공원 등이 들어선다.
축대 붕괴로 인해 다량의 지반이 유실된 다세대 주택은 허공에 뜬 듯 위태로운 모양새였다. 추가로 지반이 흘러내릴 경우 3층짜리 건물 전체가 그대로 쏟아지며 주변 주택을 덮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다세대 주택 주민과 인근 주민을 포함한 32명이 인근 숙박 시설로 긴급 대피한 상태다.
이번 서구 암남동 축대 붕괴는 장기간 이어진 폭우로 다량의 물이 하부 지반에 유입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흙 속으로 물이 유입되면서 지반 전체가 약해진 것이다. 축대가 조성된 지 40~50년이 지나 노후화한 것도 붕괴 원인으로 꼽힌다. 인근 주민 김종칠(62) 씨는 “어젯밤에 갑자기 축대가 무너져 주택 주민들이 피신하고 난리였다”며 “이전에는 어떤 붕괴 징조도 없었는데 이번에 유달리 비가 많이 온 게 직접적 원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구청은 중장비를 투입해 긴급 안전 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흙을 채운 마대를 쌓아 올려 더 이상 지반 흙이 유실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주말에 또다시 비가 예고되는 등 ‘속도전’이 필요해지며 밤샘 작업도 불사하겠다는 게 구청 관계자 설명이다. 구청 관계자는 “우선 흙 마대로 지반을 메꾼 다음 레미콘으로 보강할 계획”이라며 “정밀안전진단 전문가, 토지 전문가도 초빙해 혹시 모를 사고를 철저히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축대가 무너진 바로 인근 골목에는 콘크리트 담장 일부가 무너져 옆집을 덮친 곳도 있었다. 바로 옆 담장도 어른 손이 쉽게 들어갈 정도의 균열이 생겨있는 등 붕괴 조짐이 뚜렷했다.
장기간 폭우로 피해가 누적되면서 전국적으로도 수해 여파가 광범위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0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에서 발생한 이재민은 약 1만 7000여 명으로 이 중 3100여 명은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하수도·하천 제방 등 공공시설이 침수되거나 파손된 경우도 10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수된 농경지 면적은 3만 4354헥타르(ha)로, 서울 면적의 절반을 넘는 수준에 이른다. 피해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재난 복구는 더딘 편이다. 사유시설과 공공시설 피해에 대한 응급 복구는 2278건 중 절반 남짓(1332건)이 완료됐다. 글·사진= 김준현 기자 joon@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