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백산 안희제 순국 80주년
백산상회는 경남 의령 출신의 백산 안희제 선생이 부산에 설립한 무역회사였다. 1914년 곡물·면포·해산물 등을 판매하는 소규모 개인회사로 출발해 1919년에는 백산무역주식회사로 확대 개편한다. 백산무역 국내외 지점은 임시정부 기관지인 상해판 ‘독립신문’ 국내 보급과 독립운동가 연락 및 독립운동 자금 조달을 도맡았다.
〈부산일보〉가 1994년 독립기념관 독립운동사연구소와 함께 백산상회 주주 명부를 최초로 확보해 백산상회가 항일적인 성향을 지닌 영남지역 자산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당시 〈부산일보〉의 2년에 걸친 〈백산의 동지들〉 기획 보도로 최준, 윤현태, 윤상은 선생은 물론이고, 정재완, 이우식, 권오붕, 이현보, 김상원, 남형우, 허만정, 김시구, 김기태 선생 등 미처 공적이 알려지지 않은 영남지역 독립운동가들의 족적을 밝혀냈다. 부산 중구청도 1995년 백산상회 자리에 백산기념관을 세웠다. 백산은 부산 구포 구명학교를 세우는 등 지역의 교육구국운동에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일제의 탄압으로 백산상회가 해산한 뒤 안희제 선생은 1933년 중국으로 망명해 발해의 고도인 헤이룽장성 목단강 인근에서 국외 독립운동기지인 발해농장을 연다. 하지만 1942년 만주 목단강성 경무청 형사대에 체포돼 9개월의 혹독한 고문을 당한 후 출감한 뒤 하룻밤을 넘기지 못하고 장남의 품에 안겨 숨을 거뒀다.
올해는 백산 선생의 순국 80주년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사)백산안희제선생기념사업회와 선인역사문화연구소 등이 오는 10일 부산 중구 동광동 백산기념관 맞은편 한성1918에서 백산의 활동과 일제의 대종교 탄압, 발해농장 등을 주제로 추모학술회의를 개최한다고 한다. 부산지방보훈청도 1~6일을 안희제 선생 순국 80주년 기념주간으로 정하고, 백산 진심 문화제(3일 백산기념관), 백산 헌정음악회(5일 용두산공원)를 연다.
독립운동을 제대로 기념하고 계승하기 위해서는 홍보와 함께 지속적인 학술 연구가 필수적이다. 과학적인 연구로 받쳐 주지 못하는 계승과 기념은 시간이 흐를수록 한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물론 백산 선생이 자신의 ‘만몽일기’를 스스로 폐기하듯, 대다수 독립운동가가 탄압을 우려해 철두철미하게 기록을 남기지 않는 바람에 사료의 한계가 뚜렷하다. 그럴수록 일본과 러시아, 중국 등 국외 자료까지 찾아 선조의 아픔과 고뇌를 반추하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진정한 독립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