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건축문화제와 인문적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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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 종합건축사사무소 효원 대표

가을이 오면 부산국제건축제가 열린다. 제법 연륜이 쌓였고, 이번에는 국제도시로서 위상을 더해가는 부산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부산의 잠재력과 가능성 발굴'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고 한다. 건축가의 입장에서 건축문화제는 시민을 향해 '여러분은 건축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라고 말을 꺼내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문화제를 볼 때마다 시민의 보편적 관점에 축제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건축은 관람 대상물이기에 앞서 사람이 살아가는 용기(삶의 도구)이다.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접촉하는 것이 건축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건축 속에 살고, 매일 건축을 바라보고, 또한 내 집 하나 갖기를 소원하며 산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집에 대한 생각은 끝이 없다.

건축 대하는 시민 인식 다양해져

사회·역사적 역할과 환경 문제 등

최근 인문학적 관점의 분석 더해

건축과 도시, 더 많은 토론 필요

올해 건축문화제가 그 장이 되길

생각이 다양하듯, 건축에 대한 의문 또한 많다. 그것은 공감해야 할 이야기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건축에 대하여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까?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제는 우리 사회에도 그런 대화가 필요하다. 건축을 더이상 그저 바라보는, 혹은 생활하는 개인적인 용기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는 좀 더 진보적인 시각과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말했듯이 건축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실로 다양하다. 기술 즉 엔지니어링으로서의 건축, 예술로서의 건축, 사회적 용기로서의 건축, 또한 문화로서의 건축. 건축은 많은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다. 근래에 들어 또 하나의 시각이 생겼다. 인문학적인 관점에서의 건축 바라보기가 보태어진 것이다. 건축을 단지 기능과 안전, 아름다움의 관점을 떠나서, 건축의 존재 이유, 사회적 역할, 역사적 역할, 지리적 문제, 환경의 문제, 나아가 인간과의 관계로서의 건축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인문학과 건축이 자연스럽게 융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건축은 나와 무관하게 여겨질 수 있다. 타인의 재산이며, 내가 어쩐다고 하여 바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지어진 대로, 제공해 주는 대로 수용하면 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건축이 타 분야의 예술과 다른 점은 설령 그것이 개인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영원히 소유할 수 없으며, 결국 공적인 입장에서 쓰이고 바라보아진다는 데에 있다. 기술이나 예술에 편승한 이기적인 건축이 사회에 미친 악영향에 대한 건축가의 반성이며, 사용자인 시민들의 관점이 단지 크고, 아름다운 건물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아가 이 시대의 평가는 나와 내 주위가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므로, 개인의 건축이 사회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건축과 도시는, 정치와 사회 문제, 나아가 여타 문화에 대한 열정 못지않게 다양하게 토론되어야 한다. 세금으로 지어지는 공공건물에 대한 시민의 생각은 물론이고, 개인의 자본이 이루어 내는 건축의 도시적 횡포에 대하여도 지적하여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시민 의식이다.

당대의 건축은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 의하여 열심히 담론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건 한가하게 고궁을 거닐듯이 유물로서의 지나간 건축을 바라보는 추상적이고 정적인 행위와 다른 것이어서, 현실 속에 잠재되어야 할 매우 동적이며 일상적인 행위여야 한다. 그 담론의 중심에 시민이 서고, 주위에 올바른 건축가가 있고, 학자의 양심이 있고, 언론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이들 모두가 대등한 자격으로 건축을 다루어 가는 것, 그게 바로 인문학적 건축이다.

축제란 구성원의 의지와 함성이 한곳에 모이는 장소이며 시간이다. 나는 이번의 건축문화제가 그런 인문학적 관점의 토론장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하여 건축인들이 모이는 잔치가 아니라, 먼저 시민들을 불러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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