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국가정원 화초 실종 사연은(종합)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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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거장 조성 장소로 명성
식물·나무 등 도난사고 잇따라
일부 시민 몰지각 행동에 훼손

태화강국가정원 훼손 현장. 울산시 제공 태화강국가정원 훼손 현장. 울산시 제공

세계적 정원작가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가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에 조성한 자연주의 정원에서 절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울산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30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20일과 21일 사이 태화강 국가정원 내 자연주의 정원에서 누군가 인적 드문 새벽 시간대를 노려 한창 꽃을 피우던 풀협죽도 7점을 뿌리째 훔쳐 갔다. 지난 26일에도 자연주의 정원에 심어진 스토케시아 1점이 도난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연주의 정원은 피트 아우돌프가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인 정원 작품으로, 해외와 전국 각지에서 온 360명 전문가와 시민이 힘을 모아 만든 곳이다. 가을부터 겨울, 봄, 여름을 거쳐 다시 가을을 맞는 ‘다섯 계절의 정원’을 주제로 설계했다. 약 1만 8000㎡ 규모 정원에 자생식물인 실새풀을 포함한 157종 7만 1289포기 여러해살이뿌리 초화류를 심었다. 피트 아우돌프는 미국 뉴욕 하이라인파크와 시카고 루리가든 등을 조성한 네덜란드 출신 ‘자연주의 정원의 거장’이다. 태화강국가정원의 자랑인 ‘자연주의 정원’이 일부 시민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훼손된 것이다.

태화강 국가정원 내 절도 행위가 확인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원박람회 전시를 위해 설치한 각종 시설물을 가져가는가 하면, 국화 등 화초는 물론이고 무궁화, 향나무 등 큰 나무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도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정원 내 대나무숲에서 버젓이 죽순을 캐는 사람도 더러 적발된다. 태화강국가정원 대숲에는 왕대·맹종죽·오죽·구갑죽 등 다양한 대나무가 분포하는데, 죽순이 자란 뒤 울산의 대표 철새인 백로와 까마귀 등의 서식지가 된다. 울산시는 해마다 자원봉사회 회원들로 구성한 ‘죽순 지킴이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으나, 불법 채취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죽순, 화초 등을 채취하거나 훼손하는 사람은 형법 제366조(재물 손괴 등)와 제329조(공공재 절도)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시는 궁여지책으로 도난 방지용 CCTV를 늘리고 안내판도 설치하고 있으나, 뾰족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도심 속 자연공원으로 면적이 방대하고 출입구가 따로 없어 갑자기 출몰하는 ‘꽃 도둑’을 막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꽃 한 포기라도 국가정원 내 식물을 무단 채취하면 절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태화강 국가정원을 가꾸고 지켜나갈 수 있도록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화강 국가정원(83만 5452㎡)은 2019년 7월 12일 국가정원으로 지정됐으며, 전남 순천만과 더불어 대한민국에 단 두 곳뿐인 국가정원이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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