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초등교사 1634명 ‘우회 파업’ 형태로 추모 동참
‘공교육 멈춤의 날’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 65명 중 40명 결근한 초등학교도
17개 학교에 교육청 장학사 긴급 파견
‘죽음 진상 규명’ ‘교권 보호’ 피켓 들고
교사 1500여 명 시교육청에 모여 집회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49재 추모일이자 교사들이 선언한 공교육 멈춤(회복)의 날인 4일 부산에서도 1600여 명이 연가나 병가를 내고 일종의 ‘우회 파업’ 형태로 추모에 동참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년별 통합 수업이 이뤄졌고 교원 휴가율이 높은 학교에는 교육청 장학사가 긴급 파견되는 등 학사 운영이 차질을 빚었다.
4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산지역 초등학교 교사 9369명 중 1634명(17.4%)이 연가를 내거나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해운대구 A학교에서는 전체 교사 65명 중 40명이 결근했다. 강서구의 B학교에서는 32명이 결근했다. 부산진구의 C학교는 36명의 교사 중 24명이 병가를 사용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시간강사를 고용해 수업을 진행하거나 시교육청이 파견한 장학사가 학사 일정 일부를 진행하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부산 시내 17개 학교에 장학사 31명을 지원했는데, 지역별로는 해운대교육지원청 소속 11개 초등학교에 22명을 지원했고 남부교육지원청에 3개 학교, 서부교육지원청 관할 3개 학교에 장학사가 파견됐다. 교사 부재로 인해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한만큼 학년별 통합수업을 통한 영상시청, 인성교육 등이 진행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결근한 교사가 많은 초등학교가 소속된 지원청에는 장학사를 보내 일선 학교 교육활동을 지원했고, 결근한 교사가 적은 지원청은 출근한 교사들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교육활동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에는 임시휴업 학교는 없었지만 전국 37개 학교가 이날 임시휴업했다. 모두 초등학교로, 전국 초등학교 6286개교 가운데 0.6%에 해당하는 규모다. 서울이 11개교로 가장 많았다. 서울 임시휴업 학교 중에는 서이초와 신목초도 포함됐다. 신목초에서는 지난달 31일 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어 세종 8개교, 광주·충남 각 7개교, 인천 3개교, 울산 1개교였다.
사실상의 우회 파업과 함께 이날 오후부터는 서울 국회의사당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추모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부산시교육청에서는 오후 5시부터 추모집회가 열려 교사 15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넘는 교사들이 참석했다. 당초 시교육청 정문 진입로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집회는 시교육청 민원주차장 전체 구역에서 진행됐다. 집회와 함께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헌화도 이어졌다.
‘슬픔을 넘어 변화로’라는 주제로 2부로 나눠 진행된 집회는 추모제와 ‘시교육청에 바란다’ 순서로 진행됐다. 집회에서 교사들은 검은옷과 마스크를 쓴 채 ‘아동학대 관련법을 즉각 개정하라’고 외치고 ‘교사 죽음 진상 규명’, ‘교권 보호 법안 개정’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집회에서 현장 발언에 나선 부산의 한 특수교사는 “나에게만 일어난 불행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교권침해고 악성민원이었다”며 “교육청은 수업권, 학습권 보장을 위해 행정업무를 줄이고 일부 학부모의 무리한 요구로부터 교사를 보호해달라”고 발언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도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오후 3시 49재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그동안 무너진 교권에 대한 선생님들 목소리를 외면해온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되돌아본다”며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교육 전반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용서 교사노조 위원장은 추도사에서 “일부 학부모의 이기적인 행동, 관리자들의 책임 전가 태도로 서서히 지쳐갔을 선생님의 손을 잡아드리지 못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며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동료 교사들이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