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단식 장기화에 ‘검찰 추가 조사’ 미뤄지나
단식 10일 넘기며 체력 크게 저하
12일 조사 연기 땐 영장도 늦춰질 듯
민주 지지율 상승… 호남 18%나
“증거 못 대고 망신 주기만” 비난
국힘 “명분 없는 단식, 수사 방해
피의자 서명 안 하고 귀가 뻔뻔”
단식 투쟁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검찰이 ‘추가 조사 일정’을 둘러싼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이 대표에게 나머지 조사를 위해 12일 추가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 대표 측은 일정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추가 조사가 미뤄지면 구속영장 청구나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등 향후 일정도 함께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시작된 이날 검찰 조사는 오후 6시 40분께 중단됐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로부터 건강한 이유를 들어 더 이상 조사받지 않겠다는 요구를 받아 피의자 조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오후 7시부터 ‘조서 열람’을 했고 오후 10시께 수원지검을 나왔다.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조사는 2시간 조사한 뒤 20분간 휴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의 요청으로 조사가 중단되자 검찰은 “나머지 조사를 위해 12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 출석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또다시 출석 조사를 요구한 데 대해 민주당은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망신 주기, 국면 전환에만 혈안이 된 수원지검의 이 대표 소환 조사를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저열한 언론플레이, 공무상 비밀누설까지 서슴지 않던 수원지검은 정작 제대로 된 증거조차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6차 조사, 7차 조사, 설령 100차 조사를 벌인다고 한들 없는 죄가 생겨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권칠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표는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한’ 정치검찰 앞에서도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면서 “정치검찰의 추악한 언론플레이 술책은 조사 직후에도 멈추지 않고 이 대표 흠집 내기를 넘어 망신 주기에만 열을 올렸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와 이 대표의 단식 투쟁을 감안하면 추가 조사는 상당 기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31일부터 단식에 돌입한 이 대표는 단식 기간이 10일을 넘기면서 체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검찰의 추가 조사가 미뤄질 경우 영장 청구 등 후속절차도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의 단식이 길어지면서 당의 내부 갈등도 일단 멈춤 상태다. 이 대표 단식 현장에는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은 물론 설훈·홍영표 등 비명계 의원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이 대표의 단식 이후 내홍이 잠잠해지면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 상승효과도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무선전화 가상번호 인터뷰 100%·응답률 14.6%·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1주일 전 조사보다 7%포인트(P) 상승한 34%를 기록했다. 특히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 지역 지지율은 같은 기간 43%에서 61%로 18%P나 뛰었다.
그러나 이 대표 단식 투쟁에 대해 여당은 ‘수사 방해’라며 비판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10일 논평에서 “명분 없는 단식쇼를 벌이고 건강 이상설을 흘리며 8시간 만에 제멋대로 조사를 중단시키는 것은 사실상 수사 방해”라며 “‘출퇴근 단식 쇼’를 할 때부터 예상한 시나리오였다”고 비판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출퇴근 단식도 ‘내 맘대로’하더니, 검찰청에 온 피의자가 서명날인도 하지 않고 귀가하는 것도 참으로 ‘내 맘대로’식”이라고 비판했다. 김민수 대변인도 논평에서 “이 대표는 철저히 계산된 단식 쇼로 의료진까지 대기시키는 황제 검찰 조사를 치렀고 조서 서명까지 거부하는 뻔뻔함을 보였다”며 “검찰을 나오면서는 민생을 운운했다니 기가 찬다”고 비난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