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피해 7층 발코니 창틀에 매달렸던 일가족 셋 추락… 할머니 품속 손주만 살았다
9일 낮 부산 개금동 아파트서 불
사위·장모 숨지고 4세 아이 중상
베트남 할머니가 감싼 채 떨어져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가족 3명 중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들 3명은 불길을 피하기 위해 발코니 창틀에 매달렸다 추락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10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4시 15분께 부산진구 개금동 한 아파트 7층에서 불이 났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약 30분 만인 이날 오후 4시 46분께 불을 진화했다.
이 불로 40대 남성 A 씨와 베트남 국적인 장모 50대 B 씨가 숨졌고, A 씨의 4세 자녀가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불로 소방당국 추산 1061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고, 아파트 주민 30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A 씨 가족은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불을 피하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아파트 발코니에 매달렸다가 1층 바닥으로 떨어졌다. A 씨는 숨진 상태로 발견됐고, B 씨는 심폐소생술 등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A 씨의 자녀는 후두부와 팔 등에 화상을 입고, 발목 등에 골절을 당해 치료를 받고 있다. B 씨가 4세 아이를 감싼 상태에서 떨어져 아이가 목숨은 건진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10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전기안전공사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불이 난 아파트 7층 A 씨의 집에서 합동 감식에 들어갔다. 소방당국은 불이 난 집안 내부 모든 공간의 화재 발생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불길이 거세질 때까지 이들 가족이 왜 대피하지 못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해당 아파트는 1992년에 지어져 30년이 넘었다. 이 때문에 경량 칸막이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어서 화재 등 비상시엔 주민 안내방송을 통해 계단으로 대피하도록 안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현재로선 최초 발화지점을 주방 옆 작은 방으로 추정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작은 방이 전소돼 정확한 발화지점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합동 감식 결과가 나오기까진 약 한 달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합동 감식에선 불이 난 아파트의 진입로와 주차장이 협소하고 많은 차가 주차돼 있어 소방차가 신속하게 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소방당국은 “아파트 출입구로 진입할 때 일부 차량 탓에 경미한 출동 장애가 있었다”면서도 “신고 접수 이후 통상적인 출동 시간인 8~9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며 전체적으로 큰 출동 장애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화재로 피해를 본 아파트 5세대 주민 16명은 인근 숙박업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부산진구는 이들에게 숙박비와 식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