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녀상이다” 가면 쓴 독일 대학생
카셀대 평화의 소녀상 철거에 반발
독일 카셀 주립대에서 평화의 소녀상 ‘누진’을 세웠다가 기습 철거당한 카셀대 학생들과 시민들이 “내가 누진이다” “누진을 구하라”며 소녀상 가면을 쓰고 시위(사진)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일(현지 시간) 독일 카셀중앙역 앞. 카셀시가 주최하는 시민축제인 ‘박물관의 밤’을 맞은 이날 카셀대 학생들과 시민 50여 명이 소녀상 가면을 쓰고 한 줄로 섰다. ‘누진은 어디에(Where is Nujin?)’ ‘누진을 구하라(Save Nujin)’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같은 내용의 피켓을 든 이들은 “누진을 구하라”고 거듭 외쳤다.
빼앗긴 평화의 소녀상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소녀상으로 분한 이들은 중앙역에서 시작해 쾨니히스 플라츠와 시청 등 2시간여 동안 도심을 행진하며 게릴라 퍼포먼스를 펼쳤다.
행사를 공동기획한 카셀대 미대생 코리는 “퍼포먼스에는 워크숍에 참여한 학생들과, 총학생회, 매주 수요일 소녀상 누진이 있던 자리에서 집회하는 시민과 재독한인들이 모두 참여했다”고 말했다.
소녀상 가면을 제안한 카셀대 졸업생 이단 작가는 “평화의 소녀상이 기습 철거됐는데, 너무 화제가 되지 않아 우리 모두가 소녀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참여함으로써 정보가 확대될 수 있도록 퍼포먼스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코리는 “소녀상을 통해 한국의 역사뿐 아니라 지금도 우크라이나나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여성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전쟁 범죄에 대해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카셀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7월 세계적인 국제현대미술전시회 카셀 도큐멘타와 동반해 총학생회 본관 앞 신축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을 영구설치했다. 독일 대학 캠퍼스 내 첫 설치 사례로, 총학생회는 이를 위해 학생 의회에서 소녀상 영구존치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부지 사용에 대해 대학 측의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카셀대 측은 이후 도큐멘타가 끝나 전시허가 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하다 학생들이 거부하자 지난 3월 9일 아무런 예고 없이 소녀상을 기습 철거했다. 연합뉴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