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만약 했더라면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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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 스포츠라이프부 차장

A의 아버지와 B의 아버지는 동년배였다. 동년배‘였다’라고 한 이유는, A의 아버지는 매년 한 살씩 나이를 더해 가고 있지만 B의 아버지는 수년 전 나이가 멈췄기 때문이다.

A의 아버지는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은 덕에 초기(1기)에 폐암을 발견할 수 있었다. 종양 절제 수술 후 5년이 지난 현재 완치 판정을 받았고 삶의 즐거움을 누리고 계신다. B의 아버지는 평생을 흡연자로 지냈지만 건강검진과 거리를 두고 살았다. 기침과 가슴 통증이 악화한 이후에야 병원을 찾았고 이미 손 쓰기 어려운 폐암 말기였다. 폐암은 1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면 5년 생존율이 80%에 이르지만, 2기는 50%, 3기는 30% 내외, 4기는 10%대로 급격히 떨어진다.

우리나라 국민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21년 암 사망자 수는 8만 4363명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암을 조기 발견해 치료할 수 있도록 국가건강검진 때 암 검진을 함께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검진 대상 암은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 등 6종이다. 위암은 만 40세 이상, 대장암은 만 50세 이상, 유방암은 만 40세 이상 여성, 자궁경부암은 만 20세 이상이 대상이다. 간암은 만 40세 이상의 고위험군이 대상이다. 간경변증, B형 간염항원 양성, C형 간염항체 양성, B형이나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질환 환자가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폐암 검진 대상은 만 54세 이상 74세 이하이면서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현재 흡연자다. 30갑년이란 하루 평균 담배 소비량(갑)에 흡연 기간(년)을 곱한 것이다. 예를 들면 하루 담배 1갑씩 30년, 하루 2갑씩 15년을 흡연했다면 30갑년이다. 검진 비용은 건강보험료 하위 50%는 전액 무료이며, 나머지도 검진비용 10%만 부담하면 된다.

암 예방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아지면서 국가암검진 수검률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생존율 역시 높아졌다. 보건복지부의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 5년 상대생존율은 1995년 42.9%, 2005년 54.1%, 2015년 70.7%, 2020년 71.5%로 향상됐다.

단, 주의할 점은 고령의 건강검진이나 과잉 건강검진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슬기로운 건강검진을 위한 권고문’을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증상이 없거나 위험도가 낮은 경우, 기대 여명이 10년 이하인 경우 등은 ‘권고하지 않는 암 검진’으로 제시했다.

물론 건강검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사, 금연, 금주 등 평소 건강관리다. 병이 생긴 후에 치료하고 회복하려면 예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 고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자신이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일상 이야기에 아버지가 등장하는 A를 보고 있노라면 B의 아버지가 떠올라 마음 한쪽이 쓰리다. 만약 흡연자였던 B의 아버지가 건강관리와 건강검진을 열심히 했더라면, 본인과 가족에게 ‘만약 했더라면’의 후회는 남기지 않았을 테다. 곧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건강은 잘 챙기고 있는지, 올해 검진은 놓치지 않았는지’ 부모님과 본인의 건강을 물어볼 좋은 기회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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