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기각’ 거리 두는 대통령… 추석 연휴 정국 구상할 듯 (종합)
대통령실, 이재명 대표 ‘불구속’ 무반응
기각 후 정국 향방 의식… 고심 불가피
윤 대통령, 추석 기간 전통시장 등 방문
민생 행보로 정쟁서 거리두기 시도 풀이
야당 공세 속 여야 대표와 회동 관측도
대통령실은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언급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이 대표의 단식과 체포동의안 가결·구속영장 청구 등에 대해서도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이 없다”고 밝혔었다.
이는 여야의 정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는 동시에 추석 연휴를 맞아 민생 현안을 챙기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영장 기각 사태가 불러올 파장이 적지 않고, 첨예한 여야 대치 정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언제까지 멀리서 지켜보는 역할에만 머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 야당은 ‘정적 제거를 위한 표적 수사’라며 윤 대통령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을 주장하고 나섰다. 물론 윤 대통령이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정치적 공세에 분명한 선을 긋는 대신 추석 연휴 기간 민생 챙기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수석비서관들에게 추석 경기와 물가를 잘 챙길 것을 거듭 당부했다고 한다. 지난 24일에는 김건희 여사와 함께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운영된 팔도장터를 깜짝 방문해 전국 추석 성수품을 골고루 구입하기도 했다.
추석 연휴 중에도 일본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초청해 식사하고, 전통시장과 경찰서 군부대 등을 방문하는 현장 민생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연휴 기간 대외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정국 구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장 기각 사태가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방송 3법’ 강행 등 거대 야당의 밀어붙이기가 현실화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응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실 정무 기능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2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감안한 참모진 교체까지 두루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이뤄질 수도 있다. 다만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 챙겨야할 사안이 적지 않아 그 시점을 놓고는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야당이 주도해 국회에서 가결시킨 한덕수 총리 해임안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인데 역시 야당과의 불협화음을 내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영수회담에 대한 윤 대통령 인식이 바뀔지도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과의 일 대 일 회동은 검토하지 않았다. 조만간 여야 대표를 함께 만나는 자리 정도는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영장 기각 후 대통령실 내부 분위기는 체포안 가결 때와는 상당히 달라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 대표 구속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이들이 상당했고, 실제 그런 방향으로 보고서를 만든 참모도 있었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용산의 예상과는 다소 달랐던 결과”며 “내부에선 의외라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부 수석은 비서관·행정관들에게 “이 대표와 관련해선 어떠한 코멘트도 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렸다고 한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