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해양플랜트·유조선 발주 10년래 최대’ 전망…韓조선도 수혜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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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로벌 해양플랜트 투자금액 231조 원 전망
1~8월 원유 운반선 발주 41척···작년 4배 육박
'조선 빅3', 해양플랜트에 강점…“긍정적 영향”

HD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해양플랜트. HD한국조선해양 제공 HD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해양플랜트. HD한국조선해양 제공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으로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해저에 매장된 석유·가스 등을 탐사·시추하는 해양플랜트와 함께 이를 실어나르는 유조선 등 원유 운반선 발주가 최근 10년간 글로벌 실적 가운데 올해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조선강국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조선 업계가 고유가 덕에 올해 최대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3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원유와 가스, 해상풍력 등과 연계된 해양플랜트에 투자된 금액은 총 895억 달러(약 121조 20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를 포함해 올 연말까지 해양플랜트에 최종투자결정(FID)이 예정된 금액은 1705억 달러(약 231조 원)로, 지난 10년간 해양 프로젝트 투자 금액 중 최대 규모다.

해양플랜트 뿐만 아니라 원유 운반선 발주량도 최근 10년 가운데 올해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8월 수에즈막스급 원유 운반선 발주는 총 41척(124만 CGT·표준선 환산톤수)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발주량(11척·33만CGT)을 넘어섰다. 수에즈막스급 원유 운반선 발주는 지난 2014년 44척에서 조선업 침체기인 2018년에 18척(55만 CGT)까지 떨어졌고,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13척(39만 CGT), 11척(33만 CGT)에 그쳤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유조선 발주가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드릴십(시추선).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이 건조한 드릴십(시추선). 한화오션 제공

원유 운반선 발주 열풍은 선박 대국인 그리스의 선주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물량 대다수는 중국과 일본의 일부 조선소에 집중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한 사이 한국의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틈새' 시장인 원유 운반선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모양새다. 다만, 해양플랜트의 인기로 국내 조선사들은 수혜를 보고 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이자 국내 '빅3' 중 한 곳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월 호주 우드사이드 에너지사와 총 1조 5800억 원 규모의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U) 1기를 수주했다. 또 다른 빅3인 삼성중공업도 2014년 국제 유가 하락으로 오랜 기간 인도하지 못했던 원유 시추선(드릴십)을 지난달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한화오션은 올해 상반기 해양플랜트 및 특수선 분야의 매출액이 8079억 원으로 작년 연간 매출액(7056억 원)을 이미 넘어서며 전체 매출의 24.8%을 차지했다.

최근 고유가 행진으로 해양플랜트 사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국내 조선업계도 덩달아 혜택을 볼 전망이다.

이달 들어 국제 유가가 소폭 하락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미국 원유 재고 감소 소식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27일 배럴당 93.68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8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가 오름세와 지정학적 이슈에 따라 해양 플랜트와 원유 운반선 발주가 늘어나면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조선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국내 조선 3사 해양 플랜트 신규 수주는 올해 50억 달러에서 내년 73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라며 “과거 200억 달러에 달했던 해양부문 신규 수주에 비하면 적은 물량이지만,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신규 수주가 거의 전무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회복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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