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악기 하나쯤’ 작은 소망이 실현된 무대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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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문화재단 ‘기타 등등’ 참여자 공연
부산 9개 문화공간에서 163명 참여
기타 색소폰 해금 등 다양한 악기 배워
“음악 통해 생활문화 즐거움 알 수 있어”

8일 부산시민공원 다솜광장 일원에서 열린 ‘2023 부산생활문화축제’에서 ‘기타 등등’ 프로젝트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비바아첼 앙상블’ 공연 모습. 정종회 기자 jjh@ 8일 부산시민공원 다솜광장 일원에서 열린 ‘2023 부산생활문화축제’에서 ‘기타 등등’ 프로젝트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비바아첼 앙상블’ 공연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나도 악기 하나쯤 연주해 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으로 시작한 발걸음이 소중한 결실을 보고 있다. 완성보다는 과정의 중요성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지난 8일 오후 부산시민공원 다솜광장은 각종 악기를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사람으로 넘쳤다. ‘2023 부산생활문화축제’ 일환으로 열린 ‘기타(guitar) 등등’ 프로젝트 공연 덕분이다.

부산문화재단이 주관한 이 축제는 7~9일 3일간 전시와 공연, 체험으로 이뤄지지만 ‘기타 등등’ 프로젝트 참여자에게 특히 소중한 경험이었다. 연주를 끝내고 무대를 내려오는 이들을 붙들고 소감을 물었다.

“한 곡만 연주하고 무대를 내려오긴 너무 아쉬웠어요.” “이 한 곡을 마스터하기 위해 넉 달 이상 모여서 연습했다면 믿어집니까?” “음악을 잘 알지 못하는 ‘음·알·못’이어서 도레미파솔 계이름 읽기부터 시작했다니까요.” “2년째 ‘기타 등등’에 참여하는데 정말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 “저는 ‘재수’로 ‘당첨’돼 겨우 배울 수 있었어요.” “이런 기회가 계속 주어지면 좋겠습니다.”

8일 부산시민공원 다솜광장 일원에서 열린 ‘2023 부산생활문화축제’에서 ‘기타 등등’ 프로젝트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무사이’의 해금 공연. 정종회 기자 jjh@ 8일 부산시민공원 다솜광장 일원에서 열린 ‘2023 부산생활문화축제’에서 ‘기타 등등’ 프로젝트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무사이’의 해금 공연. 정종회 기자 jjh@

‘기타 등등’은 부산문화재단이 2년째 진행 중인 사업으로, 집 근처 문화공간에서 4~5개월 동안 다양한 악기를 배울 기회를 통해 생활문화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젝트이다. 올해 참여 공간은 모두 9곳으로 강서구(오션컬처팩토리), 부산진구(예감), 북구(무사이), 중구(BOF아트홀, 게네랄파우제), 사상구(523갤러리), 수영구(필슈파스), 해운대구(나눌락, 비바아첼)에 걸쳐 있다. 참여자도 163명에 이른다.

이날 공연은 지금까지 익힌 내용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배움의 종류도 다양해 이날 무대에 등장한 악기만 해도 십여 가지가 넘는다. 기타, 우쿨렐레, 색소폰, 클라리넷, 플루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키보드, 드럼, 해금, 젬베, 톤차임, 장구 등으로 다양했다.

8일 부산시민공원 다솜광장 일원에서 열린 ‘2023 부산생활문화축제’에서 ‘기타 등등’ 프로젝트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예감의 ‘보눔 밴드’ 공연 모습. 정종회 기자 jjh@ 8일 부산시민공원 다솜광장 일원에서 열린 ‘2023 부산생활문화축제’에서 ‘기타 등등’ 프로젝트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예감의 ‘보눔 밴드’ 공연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이들은 단순히 한 악기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보눔 밴드’나 ‘7080밴드 오드리’ ‘9000밴드 오션파이브’ ‘싱어즈 톤차임 앙상블’을 결성해 노래와 악기를 함께 즐기거나 ‘비바아첼 앙상블’ ‘목관 앙상블’ ‘색소폰 앙상블’ ‘스몰 앙상블’ 등으로 합주 실력을 뽐냈다. 겨우 4개월 남짓 주1회에 걸쳐 진행한 프로그램이어서 연주 실력이 단번에 오를 순 없지만, “진짜 초보자로 시작한 것 맞느냐?”는 질문을 해야 할 만큼 열의는 대단했다.

‘7080 밴드 오드리’(오션컬처팩토리) 공연 모습. 김은영 선임기자 ‘7080 밴드 오드리’(오션컬처팩토리) 공연 모습. 김은영 선임기자

연주 프로그램도 ‘고향의 봄’ ‘과수원길’ 같은 동요를 부르는 팀이 있었는가 하면 ‘살다 보면’ ‘환희’ ‘NO.1’ 등의 대중가요와 인생의 회전목마(하울의 움직이는 성)·상상(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모코코 마을(로스트 아크)·팬텀 오브 디 오페라(오페라의 유령)처럼 OST를 연주하기도 하고, 위풍당당 행진곡·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아리랑 메들리 등의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 밖에 ‘오페라의 유령’ OST를 부른 BOF 아트홀 팀은 유령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7080 밴드 오드리’(오션컬처팩토리) 공연 때는 나눌락의 ‘싱어즈 톤차임 앙상블’ 회원 몇몇이 무대 앞으로 뛰쳐 나가 춤을 추는 등 이심전심이 되어 즐겼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김정한 지휘로 '기타 등등 피날레 합동 공연’이 가까스로 진행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비가 내리는 가운데 김정한 지휘로 '기타 등등 피날레 합동 공연’이 가까스로 진행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해금 연주자들은 보면대를 세울 수 없어 자녀들이 바닥에 앉아서 든 악보를 보며 연주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해금 연주자들은 보면대를 세울 수 없어 자녀들이 바닥에 앉아서 든 악보를 보며 연주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기타 등등’ 프로젝트 공연의 하이라이트 ‘피날레 합동 공연’은 비로 무산될 뻔하다가 삼삼오오 흩어져 겨우 성사됐다. 리허설 때만 해도 약 170명이 무대 위와 앞을 장식해 장관이었는데 그 그림은 완성하지 못했지만 흩날리는 비를 피해 천막 아래에서, 혹은 우산을 쓴 채 노래하거나 연주한 ‘아름다운 나라’(양방언 곡), ‘부산갈매기’는 그 어느 때보다 감동적이었다. ‘나도 악기 하나쯤은…’하는 마음이 든 것도 그때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의 힘은 그렇게 스며드는 듯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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