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준이 교수 “기후 위기, 인간이 원인… 지금 대응 안 하면 피해 누적”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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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

부산도 지구온난화 위협에 노출
5년 뒤 벼락치기로 해결해야 할 판
선언적 행동 넘어 실천 매뉴얼 필요

“탄소 중립 선언만으로는 부족해요. 기후 위기는 벼락치기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 이준이 교수는 기후 위기 대응의 선언을 넘어 실질적 행동이 나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제6차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교수는 한국 기후 과학자로는 유일하게 1실무그룹 보고서의 총괄주저자로 참여했다.

2014년 5차 보고 이후 9년여 만에 나온 이번 6차 보고서에서 IPCC는 기후 위기를 ‘도착한 미래’로 규정했다. 기후 위기를 앞으로 장기 대응해야 할 위험을 넘어 이미 도착해 있는 위험으로 보고, 그 심각성과 단기 대응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교수는 “5차 보고서까지만 해도 지구온난화가 인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면 이번 보고서에서 인간이 원인인 것은 ‘사실’로 규정이 됐다”면서 “당장 눈에 띄게 폭염, 가뭄, 산불, 폭우 같은 극한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예상했던 온도 상승 정도만 되어도 더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이 명확하게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도 지구온난화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교수는 “부산은 해양과 산림, 낙동강 습지를 갖춘 곳으로 자연으로부터 혜택을 많이 받아온 도시지만, 반면 자연 혜택이 많은 만큼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했다.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90%를 바다에서 흡수해 주기 때문에 해양이 지표면 온도 상승을 최소화하는 완충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해양 온도가 올라가면서 또 다른 변수가 된 상황이다. 해수면 상승과 해양 생태계 파괴로 인한 침수와 물고기 집단 폐사 등 기후 변동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부산 시민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기후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는 실질적인 기후 행동에 돌입했다. 폭우, 폭염, 산불 등 지구온난화에 의한 극한 현상이 현실로 드러나 그 심각성을 체감하면서부터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폭우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겨 국가 존속의 위기에 놓였고, 태평양 도서국의 많은 국가들도 해수면 상승으로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심각한 산불과 폭염을 겪으며 유럽에서도 기후 행동이 본격화됐다.

이 교수는 한국도 실천적 기후 행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봄철 남부 지방의 가뭄, 작년 서울에서 쏟아졌던 시간당 100mm 폭우 등 한국도 기후의 극한 현상을 겪으면서 시민들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수년 전보다 많이 이해하게 됐다”면서도 “기후 행동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진 것에 비해 물 부족 등 심각한 문제가 현실화되지 않다 보니 한국의 실천적 행동은 다소 소극적인 편”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선언적 기후 행동을 넘어 실제 행동으로 이행할 수 있는 매뉴얼을 사회가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덜 쓰고 더 많이 걷는 사회로 전환되려면 개인과 기업의 선택에만 맡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기후 위기를 사회의 가장 큰 우선순위로 두고 사회, 경제 시스템 전환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중장기 계획은 선언에만 그칠 수 있다. 2030년까지 2018년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40%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한국의 탄소 배출량은 계속 정체되어 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5년 뒤 벼락치기로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후 위기는 벼락치기 대응으로 안되는 것이 문제다. 지금 대응을 안 하면 피해가 누적된다는 생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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