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최인호 타계 10주기 산문집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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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생 꽃밭/최인호

<최인호의 인생 꽃밭>. 열림원 제공 <최인호의 인생 꽃밭>. 열림원 제공

소설가 최인호가 타계한 지 벌써 10년이 됐다. 그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당시 <부산일보> 가야사 소설 ‘제4의 제국’을 연재하던 전후에 수차례 만난 그는 호쾌한 사람이었다. 연재물을 보완해서 <제4의 제국>이란 책을 출간했을 때, 볼륨감이 아주 달라진 것을 읽고는 무릎을 쳤다. ‘이래서 최인호구나!’ 명불허전이었다. 만날 때의 유쾌함이 진중함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아, 그는 많은 이들이 젊은 날 읽은 ‘황진이’ 등의 빼어난 소설을 썼던 이가 아닌가.

문단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문지파’에 합류하지 않고 홀로 길을 걸었던 이다. 홀로 길을 걸으면서 문학성 대중성 역사성의 탑을 최인호라는 이름으로 높다랗게 세웠다. 그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2011년 여름이었다. 그때 그는 침샘암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병과 3년째 투병 중이었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라는 소설을 내고 부산에 사인회를 하러 내려와 머물던 서면의 호텔 조용한 방에서 몇이서 만난 그는 역시 유쾌했다. “가야사 공부할 때 얼마나 힘들었다고…”라고 엄살도 떨었다. 그의 목소리가 가끔 생각나는데, 벌써 10주기를 맞은 것이다. 추모판으로 출간된 <최인호의 인생 꽃밭>이란 그의 산문집 표지에서 그가 웃고 있다.

머리말에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이여’라는 이봉조 작곡에 정훈이가 부른 노래 가사가 실려 있다. 그런데 이 노랫말은 조선 세종 때 유생 최한경이 쓴 거라고 한다. 최인호는 그 노랫말을 빌려와 우리 삶이 꽃밭이라고 이 책에 실린 많은 산문을 통해 말하고 있다. 그 꽃밭에 앉아 날아가는 나비를 문득 바라본다. 최인호 지음/열림원/312쪽/1만 7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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