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갔다 되돌아온 1억 치 수산물 왜?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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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하려면 수품원서 어획증명서 발급
최근 2년 행정처분 조업 선사는 ‘불가’
내역 파악 못 한 수출업체, 수입국서 퇴짜
지자체 ‘개인정보’ 이유 정보 미공개
해수부 “처분 내역 접근 예규 개정 검토”

수산물 수출에 필요한 정보가 제때 제공되지 않아 수출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수산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수출 수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부산일보DB 수산물 수출에 필요한 정보가 제때 제공되지 않아 수출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수산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수출 수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부산일보DB

수산물 수출에 필수적인 정보가 제때 제공되지 않아 수출업자들이 수입국까지 물건을 싣고 갔다가 되돌아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최근 2년간 불법 어업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선사의 수산물은 수출할 수 없는데, 수출업자들은 구매 단계가 아니라 수출할 나라가 정해진 다음에야 처분 여부를 알 수 있는 탓이다.


수산물 수출업자 A 씨는 지난해 5월 냉동삼치 1억 원어치를 인도네시아까지 운반했다가 어획증명서 발급이 반려돼 다시 한국으로 가져와야 했다. 삼치를 조업한 선사가 최근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어 어획증명서 발급이 거절됐기 때문이다.

수산물 수출을 위해선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수품원)으로부터 어획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관련 예규에 따르면 어획증명서 신청일을 기준으로 최근 2년간 해당 수산물 조업 선사가 불법 어획과 관련된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어획증명서 발급이 가능하다.

문제는 수출업자가 물건 구매 전에는 선사의 행정처분 사항을 알 수 없으며, 수입국이 정해진 이후 어획증명서 발급 단계에서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행정처분 내역은 선사의 ‘개인정보’라는 게 이유다. 수출업자는 물건을 실어 수출할 나라로 보내고 수품원에 어획증명서 발급을 요청한다. 이 단계에서 수품원은 수산정보시스템을 통해 지자체가 소유한 행정처분 내역에 접근할 수 있으며, 2년 이내에 처분사항이 있으면 발급을 반려한다.

A 씨 또한 수산물 구매 전에 관련 정보를 알지 못했으며, 구매한 물건을 인도네시아로 보낸 후 어획증명서를 신청한 시점에야 반려 사유를 통해 행정처분 사실을 알았다. A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수산물을 다시 국내로 가져와 유통할 수밖에 없었다.

현행법상 수산물 구매 전에 조업 선사의 행정처분 내역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수출업자가 직접 선사에게 행정처분 내역을 요구하는 것뿐이다. 이 경우 선사들은 지자체로 공문을 보내 처분 내역을 요구해야 한다. 구매자는 거래 관계를 고려했을 때 판매자에게 이를 요구하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A 씨는 “행정처분을 이유로 어획증명서 발급이 거부되는 경우가 건수로는 많지 않지만 금액으로 보면 상당하다. 같은 문제로 걱정하는 수출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수품원에 따르면 어획증명서는 연평균 1500여 건 발급된다. 지난해에는 1350건가량 발급됐으며, 이 중 부산에서 발급된 게 680여 건으로 가장 많았다. 과태료 처분에 따라 발급이 거부된 사례는 두 자릿수가 채 안 되지만, A 씨의 사례처럼 금액으로 보면 상당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수품원과 해양수산부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관련 예규 개정을 위해 법적 검토를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지난 8월에는 조업 선사가 부산시로부터 행정처분 사항을 원활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수품원과 시가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수품원 관계자는 “행정처분 내역은 지자체가 관리한다. 선사의 개인정보라 어획증명서를 신청하기 전에는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라며 “수출업체가 이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수출업체가 수산물 구매 전에 조업 선사의 행정처분 내용에 접근할 수 있도록 예규 개정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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