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미국, 이스라엘에 “민간인 공격 반대”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EU “가자지구에 전력 식량 차단 안 돼”
팔레스타인 원조 즉각 중단 방침 번복
미국, 국제법 거론하며 에둘러 메시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대동한 채 연설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아이언돔(이스라엘의 대공 방어 체계) 보충을 위한 요격 무기 등을 추가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대동한 채 연설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아이언돔(이스라엘의 대공 방어 체계) 보충을 위한 요격 무기 등을 추가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유럽연합(EU)과 미국 모두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민간인을 공격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미국마저도 민간인 공격에 대해서는 에둘러 반대를 표명하며 선을 그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0일(현지 시간) 오후 오만 무스카트에서 화상으로 개최한 EU 27개국 외교장관 간 비공식 외교이사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의에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이는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을 준수한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스라엘의)일부 결정은 국제법에 상충된다”면서 EU 외교장관 다수가 가자지구에 대한 전력과 식료품 공급 등은 중단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유엔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고립 작전을 펼치기로 한 데 대해 유엔이 국제법 위반 소지를 지적하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 EU 회원국들은 하마스와 별개로 팔레스타인 당국에 대한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보렐 고위대표는 “압도적으로 많은 회원국은 EU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야 하며, 예정된 지원 대금 지급이 지연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회의 결과를 전했다. 이는 불과 하루 전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원조 즉시 중단’ 방침을 번복한 것이다.

보렐 고위대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모두가 테러리스트는 아니다”면서 “EU 자금이 테러 조직의 이스라엘 공격 자금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원 프로그램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EU가 민간인 공격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 입장을 보인 것과 달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간인 공격에 대한 반대 메시지를 에둘러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테러리스트들은 고의적으로 민간인들을 겨냥하고 살해하지만, 우리는 전시 법률을 옹호한다”며 “그것이 중요하며, 그것이 차이”라고 강조했다. 즉,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국제법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