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 앞둔 이스라엘… 주민엔 ‘대피 명령’ 국경엔 ‘융단 폭격’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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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72시간 버틸 식량·물품 준비 지시
36만 예비군 동원, 50년 내 최대 규모
“공습으로 도로 파괴 후 새 길 뚫어 진입”
레바논·시리아와도 교전, 확전 우려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발발한 지 닷새째인 1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발발한 지 닷새째인 1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맞불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가자지구 인근 자국민에게 대피령을 내려 지상 작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더해 시아파 무장세력인 레바논과의 교전이 나흘째 계속되고 있고, 또다른 시아파 세력인 시리아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포격을 해와 확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사전 작업 박차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0일(현지 시간) 전날 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인근 지역 자국민들에게 대피를 준비하라고 지시했으며 이스라엘군은 상부로부터 72시간 동안 필요한 음식과 물, 다른 물자를 충분히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가자지구에서의 지상 작전이 임박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지금까지 동원된 예비군 수가 약 36만 명이며, 이는 이스라엘 인구의 4%에 해당하는 수준이자, 이스라엘에서 5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예비군 동원이라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이들이 이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이후 맨발 상태로 긴급 대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이들이 이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이후 맨발 상태로 긴급 대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러한 가운데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의 경계를 따라 뻗어있는 이스라엘의 232번 고속도로가 양측의 새로운 전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 10일 오전 이 도로를 둘러싼 지역에서는 공습과 대포 소리가 들리고 이스라엘 탱크가 지나갔으며 군용 헬리콥터가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돼 지상전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현지에선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이 강화되는 최근 움직임이 지상군 투입을 위한 사전 작업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안보 관련 소식통은 "우리가 지불한 막대한 대가 때문에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건 공군의 폭격 이후가 될 것"이라며 하마스와의 지상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폭격의 목적 중 하나는 "상대방을 약화하고 사람들이 달아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사전 작업 없이 지상군이 "그냥 들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이전 두 차례 지상군 투입 작전에선 사전에 도로 등을 파괴해 하마스와 여타 무장단체들의 이동과 소통을 어렵게 하는 것이 전형적인 전술로 쓰였다. 그러고는 아예 새로운 길을 뚫고 내부로 진입함으로써 혹시 모를 기습이나 지뢰, 급조폭발물 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 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레바논 남부 지역 강타

1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새로운 로켓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이날 레바논 남부 마을을 강타했다. 헤즈볼라 측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대원들이 사망한 것에 대응해 이스라엘 진지에 정밀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라면서 레바논 영토의 공격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 북부 마을 아랍 알-아람세 근처 진지 중 하나가 대전차 사격의 표적이 된 후 레바논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은 물론 시리아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포격이 이어져 확전 우려를 키우고 있다.

확전 양상까지 보여지는 상황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연설에서 하마스의 인질 살해 위협을 두고 “그 잔인함과 피에 대한 굶주림”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광기를 연상시킨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탄약과 아이언돔(이스라엘의 대공 방어 체계)을 보충할 요격 무기들을 포함한 추가적 군사지원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강력한 지지와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자 이란에 동조하는 이라크와 예멘 등 주변국의 시아파 무장세력들은 ‘저항의 축’을 자처하며 미국에 “개입 시 보복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예멘 후티 반군 지도자인 압델 말렉 알 후티는 이날 “가자 지구 문제에는 레드라인이 있다”며 “미국이 가자 분쟁에 개입하면 미사일과 드론 등을 발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라크 무장세력 ‘카타이브 헤즈볼라’도 미국이 분쟁에 개입할 경우 미사일과 무인기 등으로 미군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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