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쟁이 호재인가? : 평화를 위한 엑스포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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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정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


주윤정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부산일보DB 주윤정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부산일보DB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 팔레스타인의 전쟁은 어느 정도의 폭력과 고통을 야기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20세기 동안 어렵사리 만들어 둔 국제인권규범과 평화의 원칙들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미디어 상에서 민간인에 대한 잔학한 학살과 가자지구의 참상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수많은 전쟁을 겪으며 만든 국제사회의 폭력 예방 장치는 작동하지 않으며, 이제 폭력의 주체는 자신들의 폭력 행위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적나라하고 생생하게 송출하고 있다. 미디어는 하나의 무기가 되었다. 이번 전쟁으로 열려버린 폭력의 심연은 인간성의 수준을 어디까지 타락시킬지 두려운 수준이다. 곧 이스라엘에 의해 지상전이 전개된다면 미디어를 통해 참혹한 폭력이 생중계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홀로코스트의 폭력을 연구한 아렌트는 “모든 정상적인 사람들이 육체적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는 데서 느끼게 되는 동물적인 동정심”을 마비시키는 것에서부터 나치의 폭력은 가능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미디어에서 자극적인 폭력과 고통이 보도될 때, 우리는 참상을 미디어 콘텐츠처럼 소비하고, 단지 우리의 이익에 대한 변수로 계산한다면, 인간의 동정심과 양심은 마비되어 사회에서 허용가능한 폭력의 빗장은 풀려 버릴 것이다.

또한 이 사태는 국제질서와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다. 세계 가치사슬 속에서 중동 지역에서 석유를 수입하고, 여러 경제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이 쪽에서 발생한 분쟁은 한국의 경제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 쉽사리 가늠할 수 없다. 일단 서민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는 고유가 뿐 아니라, 한국의 기업들이 중동 지역에 아주 많이 진출을 하고 있는데 경제 관계에도 어떤 리스크가 발생할지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이런 참혹한 폭력, 그리고 한국 사회와 국제평화에 엄청난 영향을 줄 사건을 다루는 미디어의 책무는 상당히 엄중하고 그 무게와 파급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데 부산일보 10월 10일 자 지면 기사에서 엑스포 유치에 대한 분석을 하면서 부산 엑스포의 경쟁 상대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빈살만 왕세자가 팔레스타인 지지를 선언한 것이 엑스포 유치의 막판 변수이며, 부산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필자는 이 기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부산의 지역 발전과 미래 세대의 삶을 위해, 도시의 도약은 필요하고 엑스포는 중요한 장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부산이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세계에 어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 대한 논의가 필수적이다. 부산이 세계에 제시하는 미래는 인권과 평화, 보편적인 국제 규범에 근거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세계인과 함께 하는 것이어야 한다. 부산의 경쟁자인 사우디 엑스포를 이끌고 있는 빈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이런 참극이 발생했기에, 진력을 다해 이 분쟁과 더 큰 고통이 중동 지역에 확장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타인의 비극, 고통, 그리고 우리 사회에도 큰 영향을 줄 파장을 ‘호재’라고 말하는 것은 언론과 인간의 금도를 넘어선 것이기도 하고, 이것이 부산시의 공식적인 엑스포 전략이라면 이는 국제 사회의 인권 규범에도 부합하지도 않으며 정치적으로나 전략적으로도 좋지 않다. 부산에서 학생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선생의 입장에서 이런 기사를 지역의 대표적인 언론에서 접하는 것은 참담했고, 엑스포와 부산의 미래에 관심있는 우리 학생들 역시 공분을 표시했다. 특히 전쟁의 참화에서 수많은 국제 사회의 지지와 도움으로 경제와 사회를 재건한 부산이 엑스포를 유치하고자 한다면, 기사의 파급력과 영향에 대해 국제적 인권 규범과 평화의 기준에서 책임있는 언론 보도를 하기를 간곡히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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