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배임 범행 감추려 만든 회사서 직원이 8억 횡령[사건의 재구성]
7년간 50억 빼돌린 뒤 퇴직…부동산 업체 설립
공동대표 여동생 소개로 회계 담당 맡은 50대
부동산 잔금 명목 8억 8000여만 원 임의 사용
회사 대표는 징역 13년, 횡령 직원은 징역 3년
부동산 임대 업체의 회계를 담당하던 50대 직원이 8억 8000여만 원을 횡령하다 붙잡혀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이 부동산 업체의 대표는 과거 자신의 직장에서 50억 원 이상을 몰래 빼돌려 퇴직했고, 자금세탁을 위해 해당 업체를 설립했다. 이 업체의 자본금은 배임 범행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중 일부를 직원이 또다시 횡령한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A(52) 씨는 여동생을 돕기 위해 2017년부터 한 부동산 회사의 회계, 통장정리, 대금 수령 등의 업무를 맡았다. 이 업체의 실제 대표격인 B 씨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사람이다. B 씨의 연인인 C 씨는 A 씨의 여동생으로 부동산 임대 업체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이 업체는 B 씨가 직장생활에서 착실히 모은 돈으로 설립한 듯 보였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B 씨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하던 2008년부터 2015년까지 50억 원 이상의 회삿돈을 몰래 빼돌렸다. 선주사 등으로부터 부대 비품 제공 요청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허위 거래명세표를 작성해 수천 회에 걸쳐 회삿돈을 자기 계좌로 빼돌린 것이다.
B 씨는 C 씨와 함께 배임 범행으로 축적한 범죄수익을 감추기 위해 부동산 임대 업체를 설립했다. 그러나 결국 꼬리가 붙잡혔고, 배임 등 혐의로 2017년 B 씨는 징역 13년을, C 씨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A 씨는 2017년 6월 이 회사의 대리인으로부터 부동산 매매대금 중 잔금 명목인 9억 2000여 만 원짜리 자기앞수표를 받아 자신의 계좌로 입금했다.
A 씨는 이렇게 받은 돈을 수표로 인출해 약 8억 8365만 원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회사 대표가 과거 배임 범행을 통해 빼돌린 돈을 관리해주다가 직원이 이 중 일부를 또다시 횡령한 셈이다. A 씨는 또 이러한 돈이 범죄수익으로 형성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계좌에 입금해 범죄수익을 수수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장기석)는 1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 씨 측은 8억 8000여만 원을 사용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로부터 받아야 할 공사대금 채권 등이 있어 채권 회수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가 저지른 범행은 B, C 씨의 배임 행위와는 별도의 새로운 법익침해행위”라며 “대우조선해양은 B 씨의 범죄행위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고, A 씨의 범행은 해당 업체의 피해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수사단계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실형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