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3] “사랑해요 부산”… 박수 속에 끝맺은 영화 축제
영화의전당서 13일 BIFF 폐막식
홍경·고민시 등 국내외 영화인 참석
방글라데시·일본 작품 ‘뉴 커런츠상’
폐막까지 영화에 대한 사랑이 넘쳐흘렀다. 레드 카펫에서 영화인이 ‘볼하트’와 ‘손하트’를 날렸고, 수많은 관객이 환호로 화답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관객과 영화인은 마지막 날까지 함께 축제를 즐겼다.
13일 오후 6시께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제28회 BIFF 폐막식이 열렸다. 홍경·고민시 배우가 사회를 맡은 폐막식엔 감독과 배우, 심사위원 등 영화계 관계자와 관객이 자리했다. 약 4000석인 야외극장이 가득 찬 상태였다.
레드 카펫 행사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스웨덴 예테보리영화제 프레디 올슨 프로그래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화제 상징인 ‘빨간 용’ 인형을 들고 입장했다. 영화 ‘딸에 대하여’로 올해의 배우상을 받은 오민애 배우가 등장 음악에 맞춰 흥겨운 몸짓을 선보이자 관객석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일부 영화인은 포즈를 취하거나 휴대폰 카메라로 관객석을 찍으며 축제를 즐겼다.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된 영화 ‘총을 든 스님’의 파오 초이닝 도르지 감독과 데키 라모·탄딘 소남 배우는 부탄 전통 의상을 입고 레드 카펫에 등장해 주목받았다.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인 한예리·정우 배우가 나란히 입장하자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사회를 맡은 고민시는 “자원봉사자, 경찰, 소방관, 시민 등 영화라는 꿈을 함께 꿀 수 있게 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올해 ‘플래시 포워드 관객상’은 ‘더 드리머’(아나이스 뗄렌느 감독)가 차지했다. KB 뉴커런츠 관객상은 ‘부모 바보’(이종수 감독)에게 돌아갔다. 이종수 감독은 “같은 시대를 살고있는 관객과 함께 공감하고 울고 웃었다”며 “관객들이 주신 사랑을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는 좋은 감독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와이드 앵글 경쟁 부문 초청작 중 한국·아시아 최우수 단편 작품에 수여하는 ‘선재상’은 ‘마이 디어’(전도희·김소희 감독)와 ‘21주 후’(나스린 모하마드퍼 감독)가 받았다. ‘비프메세나상’은 ‘되살아나는 목소리’(박수남·박마의 감독)와 ‘우리들의 공화국’(진지앙 감독)이 선정됐다.
재일교포인 박수남 감독은 휠체어를 탄 채 “일본에서 온 박수남”이라고 말했다. 감정이 벅차오른 듯 한참 동안 말문을 잇지 못했다. 박 감독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 청산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제 영화를 통해 우리 역사의 진실을 보다 많은 분에게 알리고 해결의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의 딸인 박마의 감독도 “우리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한 뒤 한국어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고 말해 관객 박수를 받았다.
고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를 기리는 ‘지석상’은 영화 ‘파라다이스’(프라사나 비타나게 감독)와 ‘신부 납치’(미를란 압디칼리코프 감독)가 공동 수상했다. 프라사나 비타나게 감독은 “김지석은 아시아 영화인의 친구였다”며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이 상을 제 고향으로 모셔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의 배우상’ 발표를 위해 무대에 오른 정우와 한예리는 관객들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정우는 “저의 고향이자 멋진 바다가 있는 해운대에서 관객, 부산 시민, 세계 영화인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한예리는 “올해 영화제가 개인적으로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의 배우상’ 주인공은 ‘해야 할 일’ 장성범 배우, ‘딸에 대하여’ 오민애 배우가 차지했다. 오민애 배우는 밝은 목소리로 “영광스러운 자리에 제가 서 있다”며 “꿈은 이루어지는 것 같다. 다 여러분 덕분”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던 배우의 꿈을 54살에 다시 키우기 시작했다”면서 “그리고 올해 나는 여기에 서 있다”고 기뻐했다. 이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과 ‘꿈은 키우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란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도전하시라! 이 상을 자식을 걱정하는 지구상의 모든 어머니에게 바치겠다”고 밝혔다.
장성범 배우는 양팔을 번쩍 들고 “감사하다”고 외쳐 주목받았다. 그는 “10여 년 동안 배우 생활을 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며 “저뿐 아니라 시작도 끝도 모른 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대견하다”고 말했다. 장성범은 “저는 오늘부로 그동안의 힘든 일을 잊고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서 살아가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뉴 커런츠상’은 ‘더 레슬러’(이퀴발 초두리 감독)와 ‘1923년 9월’(모리 다츠야 감독)에게 돌아갔다. 방글라데시 취재진은 13일 오전 자국 출신인 초두리 감독의 수상 소식을 접한 후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들은 이날 현지 TV에 생방송으로 관련 뉴스를 전하기도 했다.
폐막식 무대에 오른 이퀴발 초두리 감독은 “학교 글짓기 대회에서도 상을 받아본 적 없다”며 “제 인생 통틀어 최초의 상”이라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아버지가 영화 감상을 죄악이라고 믿으셨던 덕분에 제가 영화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눈물을 닦은 뒤 “(돌아가신) 아버지가 오늘 이 자리에 계신다면 이 상은 아버지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로 “어려운 시기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모리 다츠야 감독은 “제 첫 장편 영화에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21년 전 이 사건을 알게 된 뒤부터 어떻게든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려고 했는데 모두 실패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3년 전에 지금의 제작진을 만났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면서 “이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는 일본 제국주의와 식민지 치하의 한반도인데 양국의 많은 분이 봐주셔서 정말 행복하다”고 밝혔다. 감독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부산”이라고 큰 소리로 외쳐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폐막작은 중국 작품 ‘영화의 황제’였다. 닝하오 감독과 리마 제이단 배우, 다니엘 위 프로듀서, 황 잉 화 작곡가 등이 이날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인사를 건넸다. 제28회 BIFF는 안병윤 부산시 행정부시장의 폐막 선언으로 끝을 맺었다. ‘BIFF를 위해 쏟아준 마음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온 자원봉사자 헌정 영상과 폐막작이 상영되면서 열흘간의 영화 축제는 마무리됐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