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중교통에도 ‘봄날’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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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도 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부산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성현도 부산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성현도

6·25 피란 시절부터 생계와 학업을 위해 시민들의 발이 되어 온 시내버스는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 성장에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 2007년부터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통해 교통 서비스 불균형 해소에 기여하고 있지만, 부산시의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은 40% 수준으로 서울의 60%대에 비교해 월등히 낮은 수준이다. 자가용 승용차의 폭발적인 증가, 경제 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화 현상, 초고령화 사회 진입 등 사회·경제적 문제에 따른 지속적인 시내버스 이용률 저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욱 심화되었다.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르면, ‘국민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대중교통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혈관(대중교통 수단)을 긋고, 늘리고, 뚫는 공급 중심의 대중교통 정책에 더하여, 혈관을 통해 도시의 생명력을 부여하는 피(시민)의 니즈를 반영하는 대중교통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산시와 시내버스 업계는 급변하는 미래 대중교통에 대응하고자 연구용역과 교통전문가 자문을 통해 도심스테이션, 환승센터, MaaS(Mobility as a Service) 등 대중교통 관련 정책을 발굴하고 있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 분야와의 연계를 위해 PM(Personal Mobility) 연동, 첨단안전장치와 운전자 지원시스템, 이동형 환경관제시스템, 수요응답형 버스플랫폼(DRT) 등 다양한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시민 사회와의 소통을 위해 부산대중교통미래포럼에 참여해 민·관·산·학 네트워크 속에서 대중교통 이슈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 향상과 시민 부담 경감을 위한 부산형 대중교통 혁신 방안의 일환으로 전국 최초의 대중교통 통합할인제 ‘동백패스’를 도입해 대중교통 상시 이용자에게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60년 동안 시민의 애환과 함께 달려온 부산 시내버스가 미래를 향해 달려갈 역점 사업과 함께 부산의 대중교통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도시축 형성에 대중교통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3월 발표된 ‘2040년 부산도시기본계획’에서는 대중교통 플랫폼, 청년주택, 생활SOC 복합 기능의 역세권 개발, 복합환승시설 구축 등 보행 중심 대중교통 연계로 15분 도시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을 2030년까지 60%로 증가시키고 2040년까지 유지하는 목표도 설정하고 있다.

산업, 금융, 관광, 국제 등 다분야 성장축을 원활히 연결하기 위해서는 시내버스 노선 개편은 필수적이며, 효율적인 노선 운영과 시민 편의를 위한 환승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정된 운행 대수로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환승센터, 공영차고지 등의 인프라 확충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며, 도심고속형 시내버스 노선과 유료도로 통행으로 이동성을 높여야 한다. 또 친환경(전기·수소) 저상버스, 고급 좌석버스 등 편의 향상을 위한 차량 고급화를 통해 이용 만족도를 제고시켜야 수송 분담률을 높일 수 있다.

둘째, 대중교통에 대한 공공의 투자가 확대되어야 한다. 2021년 미국은 기반시설 투자와 고용을 위해 대대적인 대중교통 투자 확대 계획의 일환으로 초당적 기반시설법을 발표한 바 있다. 대중교통체계 개선을 위해 5년간 1080억 달러(한화 약 136조 원)를 투입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미국 역사상 대중교통에 대한 최대 투자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재원이 부족한 부산의 경우 대중교통 기반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공의 투자뿐만 아니라 민간자본 유치로 대중교통 거점시설을 조성해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고, 편리한 환승시설로 접근성과 경제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 버스업계에서는 범천 철도차량기지 이전지, 장림 부산도시가스공사 부지 등 국·공유지를 중심으로 미니환승센터부터 복합환승센터까지 여건에 맞는 인프라를 조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셋째, 첨단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 소유에서 공유로 변하는 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자율주행 차량과 카쉐어링 등 다양한 서비스의 출현은 전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편리한 환승 체계, 접근성, 수요응답형 서비스 등 버스 운영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 대중교통 모빌리티 서비스 혁신이 필요하다. 버스업계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 전역을 운행하는 시내버스에 미세먼지 등 대기 환경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이동형 환경관제 시스템과 도로 상태, 운전자 안전운전 지원 등 AI 기반 영상 인식 안전운행 시스템을 시범 운용하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 진입을 제한하고 대중교통 운영 주체가 주도함으로써 데이터와 수익을 활용해 지속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지금 대중교통의 역할은 저평가 받고 있다. 과거 ‘없으면 안될’ 존재의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 대열에 합류해 다양한 분야의 사공들과 꾸준히 노를 저어나간다면 가까운 미래에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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