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권 가졌을 때만 성공”… 국힘 혁신위 벌써부터 ‘회의론’
기간 짧고 ‘역할 제한적’ 관측
총선 앞 공관위 권한 더 커질 듯
위원장 후보들 고사 ‘인물난’까지
내주 출범해도 ‘국면전환용’ 우려
과거 ‘전권+카리스마’ 때만 성공
당 안팎 “과도 체제로 봐야 한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후폭풍에 휩싸인 국민의힘이 다음 주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킨다. 그러나 총선 6개월 전 띄우는 혁신위 활동 기간이 극히 짧고, 벌써부터 혁신위 역할을 ‘제한적’으로 규정하려는 분위기여서 위기 탈출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다.
역대 여야 정당이 운영한 혁신위도 대부분 ‘국면전환용’이라는 혹평을 받았는데, 일부 성공한 혁신위의 경우 공통적으로 혁신위원장의 카리스마가 강했고, 전권에 가까운 권한을 보장받았을 때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는 23일 혁신위를 공식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혁신위원장 인선은 아직 ‘안갯속’이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적 이미지가 있으면서도 당 사정을 이해하는 외부 인사를 위주로 혁신위원장을 찾고 있으나 상당수가 제안을 고사하면서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름이 거론됐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 역시 고사 입장을 밝혔다.
혁신위는 여야를 막론하고 당 위기 상황에서 단골 수습책으로 등장했지만, 성공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의 혁신위는 더불어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다. 이재명 당 대표 ‘사법 리스크’,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으로 궁지에 몰린 민주당이 지난 6월 출범시켰지만, 주류인 친명(친이재명)계에 기운 듯한 행보로 비명(비이재명)계의 반발을 초래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의 설화까지 겹쳐 성과 없이 두 달 만에 종료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활동한 ‘최재형 혁신위’가 가장 가까운 사례인데, 이 전 대표의 당내 입지가 흔들리면서 힘을 받지 못한 채 유야무야됐다. 국민의힘 전신 정당에서도 2014년 ‘김문수 혁신위’, 2016년 ‘김용태 혁신위’, 2017년 ‘류석춘 혁신위’ 등이 활동했지만, 계파 갈등, 지도부와의 마찰 등으로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드물게 성공한 사례로는 2005년 ‘홍준표 혁신위’가 있다.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비박(반박근혜)계이자, 비주류에 속하던 홍준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세우고 전권을 부여했다. 혁신위는 당권·대권 분리, 국민선거인단 도입 등 친박(친박근혜) 주류의 영향력을 대폭 축소하는 혁신안을 내놨는데, 박 대표는 이를 대부분 수용했다. 여권 관계자는 “혁신안 내용도 내용이지만, 당이 이를 전폭 수용해 변화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여론의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한나라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의 경우, 2015년 ‘김상곤 혁신위’가 성공 사례로 꼽힌다. 당시 재보궐 선거 패배로 리더십이 흔들리던 문재인 당대표가 진보 진영 ‘스타’인 조국 서울대 교수 등을 영입한 혁신위는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배제를 골자로 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설치와 계파 갈등 해소를 위한 사무총장제 폐지 등을 관철시켰다. 김상곤 혁신위 해체 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새정치민주연합은 2016년 총선에서 123석을 챙기며 승리했다. 결국 혁신위가 성공하려면 국민이 체감할 정도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강력한 혁신안을 내놓고, 이를 당이 적극 수용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국민의힘 혁신위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회의론이 적지 않다. 당이 곧 총선 체제로 들어가면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등에 주요 권한이 넘어갈 수밖에 없다. 내년 1월 초로 예상되는 공관위 구성까지는 약 80일밖에 남지 않았다. 또 당 지도부는 혁신위 역할을 기존 혁신안에서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을 정리하는 것으로 한정하려는 기류로 감지된다. 당 관계자는 “혁신위원장 인물난의 배경에는 혁신위가 정말 혁신을 할 수 있는 전권이 부여될 거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이번 혁신위는 공천기획단 등으로 가는 과도 체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당 전략기획부총장에 수도권 지역구 초선인 배준영(인천 중강화옹진) 의원을 내정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