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가고 정쟁만 남긴 국감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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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막바지 불구
국정 대안 제시 없이 정치 쟁점만 되풀이
총선 준비 의원들 국감장 비워 질의 소홀
지자체 재정난 드러내는 등 일부 성과도

20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가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의 질의 때 여야 의원 설전으로 정회됐다. 정회 후 여야 간사인 이태규, 김영호 의원이 의원들을 진정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가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의 질의 때 여야 의원 설전으로 정회됐다. 정회 후 여야 간사인 이태규, 김영호 의원이 의원들을 진정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 임하는 대부분의 국회 상임위원회가 이번 주 감사를 종결한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열린 이번 국감에 대한 평가는 차갑다. ‘맹탕’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국정 현안 분석이나 대안 제시보다 기존 정치 쟁점에 대한 여야의 공세가 상임위와 피감기관을 가리지 않고 ‘도돌이표’처럼 반복됐고, ‘국감 스타’ 한 명 배출하지 못했다.

총선 준비에 몸이 달은 여야 의원들이 지역구 행사에 참석하러 수시로 국감장을 비우면서 질의하는 의원은 극소수인데, 증인과 참고인만 넘쳐나는 볼썽사나운 국감 현장이 수시로 목격됐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의원들의 이번 국감 실적을 내년 총선 공천 평가에 아예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도 맥 빠진 국감에 일조를 했다.

국감은 본래 야당의 무대인데, 야당 의원들이 국감에 ‘올인’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총선 공천이 의원들 최대 관심사인데, 지도부 방침은 국감 대충 하라는 메시지와 다를 바 없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공들여 공부한 실력을 선보이는 ‘정책 국감’이 실종된 대신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하는 ‘정쟁 국감’이 유독 자주 연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나마 이번 국감 성과를 꼽자면, 정부가 세수 결손을 이유로 대대적인 긴축 재정을 편성하면서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충격이 현실화된 점이 ‘팩트’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의원은 행안부 자료를 토대로 올해 지방교부세가 11조 원 이상 삭감되고, 이로 인해 부산·울산·경남을 비롯해 전국 지자체 243곳 중 107곳이 올해 적립된 여유자금을 이미 70% 넘게 소진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중앙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비수도권 지자체의 고질적인 재정난 해소를 위해 올해 처음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 역시 2분기까지 전국 17개 시도, 243개 지자체의 총 모금액이 141억 원에 그쳐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국감에서 나왔다.

비수도권의 의료 붕괴의 심각한 현실도 이번 국감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지난 5년간 암 치료를 위해 서울의 ‘5대 병원’을 찾은 비수도권 환자가 부산 8만 4999명 등 100만 명을 넘겨 전체의 39%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공개돼 지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야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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