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구원 투수’ 인물난에 혁신 골든타임 놓칠라
인선 못 마쳐 혁신위 23일 출범 불발
당무 이해도 높은 상징적 인물 못 찾아
“더 늦어지면 최적 시기 지나” 우려 높아
“문제 인사 발탁 땐 부작용 커” 신중론도
보선 참패 민심 달랠 파격 인사 기용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2기 지도부를 꾸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체제가 당 쇄신의 핵심격인 혁신위원회 위원장 인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민의힘은 앞서 22일까지 인선을 마치고 23일 혁신위 출범을 예고했지만, 인물난에 여전히 혁신위 수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 인선 논란 등 비판 여론을 정면 돌파할 혁신위 구성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당초 계획상 혁신위 인선 마무리 기한이었던 이날 오후까지 혁신위원장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적합한 사람을 찾기가 어렵고 (위원장직을) 고사하는 분도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민에게 당 쇄신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혁신적 이미지와 인지도, 당무 이해도를 두루 갖춘 인사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셈이다.
당 제안을 거절하는 인물들도 많아 혁신위 인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간 당 위기 때 혁신위 출범이 이렇게까지 늦어진 경우는 없었다. 2022년 당시 이준석 대표는 6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 구성을 결정한 뒤 당일 최재형 위원장을 임명했다. 자유한국당 시절인 2017년 홍준표 대표도 7월 3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혁신위 구성 계획을 밝힌 뒤 일주일 뒤인 10일 류석춘 위원장을 임명했다.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는 인물난에 더해 보선 참패로 혁신위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 속 상징적인 인물로 국민 설득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커진 때문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안정형’에 초점을 둬 인선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도부에서도 인물난을 토로하는 김 대표에게 다른 방안을 건의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한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지도부 비공개 간담회에서 “(여론이) 출렁일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고 말했고, 윤희숙 전 의원 정도의 ‘파격 인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정말로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혁신위를 맡아야 당이 산다”는 의견과 “공천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손 떼라’는 말 정도는 할 수 있는 혁신위여야 하는데, 그럴 만한 인사를 찾는 모습이 없으니 혁신위를 억지로 띄운다는 느낌이 점점 강해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중론’을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급하게 인선을 해 부작용을 낳는 것보다는 늦더라도 최적의 인사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주당이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띄운 이래경 혁신위는 위원장 임명 9시간 만에 낙마했고, 김은경 위원장 역시 설화로 문제만 생겼다”며 “조금 지연되더라도 진정한 혁신을 이끌 수 있는 기구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지도부 비공개 간담회 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당초 오는 23일 혁신위 출범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위원장 임명 후 위원 구성 등에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출범은 이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김 대표는 여야 대표 민생 협치 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그는 “민생국회가 되도록 여야 대표 민생 협치 회담 개최를 제안한다”며 “언제 어디서든 형식과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야당 대표와 만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향후 당정협의회 운영과 관련 △성과 당정협의회 △개혁 당정협의회 △경청 당정협의회 등 3가지 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