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에 침묵하는 미, ‘일시 정지’만 요구
국제사회 휴전론 확산에도 외면
이란에는 “전쟁 개입 실수 말길”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전쟁에 대해 굳건한 지지를 거듭 밝히면서도 가자지구로 구호품을 반입시키기 위한 군사 행위의 일시 중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국은 다수 중동 국가는 물론 유엔도 요구하고 있는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에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구호품을 가자지구로 반입시키기 위한 ‘인도주의적 (군사행위)일시 중지’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자국 주도의 새 결의안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미국의 기존 입장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미국이 지난 21일 안보리에 제출한 결의안 초안에는 어떠한 군사 행위 중지나 휴전도 언급되지 않았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인도주의적 일시 중지’에 대해 “어떤 휴전이든 하마스에 휴식하고 재정비하고 이스라엘에 테러 공격을 계속할 준비를 할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이 임박한 가운데 계속되는 공습으로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인도적 지원 등을 위해 즉각 휴전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지자 이같이 초안을 수정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다만 미국은 이는 휴전과는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미국의 이런 입장을 두고 AFP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와 가자지구 지상전, 민간인 피해에 대한 우려, 국제사회의 커지는 휴전 압박 속에 균형을 잡으려 하며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24일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을 지지할 수 없다면서 아랍권이 지지하는 대로 휴전 촉구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이란도 ‘즉각 휴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이번 전쟁에 이란이 개입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재차 경고하고 나섰다. 블링컨 장관은 “만약 이란이나 이란을 대리하는 세력이 어느 곳에서든 미국인을 공격할 경우, 우리는 신속하고 단호하게 우리 국민을 보호하고 미국의 안보를 지킬 것”이라며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말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