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제 없어 식초로’… 가자 의료도 붕괴
북부에는 의료용품 전달도 불허
콜레라 등 전염병 유행 시간 문제
아동 희생자 2300명, 전체 40%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로 물과 연료가 바닥나면서 가자지구의 의료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한 부상자와 폭격을 피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가뜩이나 포화 상태인 가자지구 병원들이 치료에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 공급품까지 끊기며 한계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조명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의 메드하트 압바스 국장은 “비상 발전기를 가동할 연료가 없어 수술실, 중환자실, 응급실이 당장 타격을 입고 있다”며 “수술을 받아야 할 부상자들이 아주 많지만 의료용품이 공급되지 않고 있고, 의료진은 탈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부 환자들은 병원 복도에서 수술을 받고 있다”며 “환자들을 바닥에 누인 채 휴대전화 불빛으로 수술을 하고 있으며, 일부 수술 환자는 마취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의 열악한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소독제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식초까지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자지구 의료 인력을 돕는 서방지원단체 운영을 돕는 소아과 의사 타니아 하즈-하산은 이미 가자지역의 병원 3분의 1이 운영을 멈췄다고 말했다. 또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에 위치한 병원 20여 곳은 그나마 이스라엘군으로부터 철수하라는 통보까지 받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최근 이집트 국경을 통해 가자지구에 제한된 양의 의료용품이 전달되는 길이 열렸지만 이스라엘은 대부분의 병원이 위치한 북부에는 의료용품 전달을 불허했다.
서방 구호단체 회원이자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인 오마르 압델-만난은 가자지구의 상황에 대해 “물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소독할 수 없는 까닭에 의료진은 수술용 장갑과 장비까지 재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두 같은 전염병이 퍼지기 시작했고, 콜레라와 장티푸스 같은 질병이 유행하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예상했다.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들의 희생도 커지고 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24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측 누적 사망자는 5791명이며, 이 가운데 아동이 2360명(40%)이라고 밝혔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이날 가자지구에서 어린이 2360명이 사망하고, 5364명이 부상한 것으로 보고됐다면서 매일 400명의 어린이가 죽거나 다친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에서도 어린이 3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으며, 수십 명이 가자지구에 인질로 잡혀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유니세프는 덧붙였다.
유니세프는 “민간인, 특히 어린이는 보호돼야 한다”면서 모든 당사자에게 휴전에 합의하는 한편 인도적 지원 허용, 인질 석방 등도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