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숫자는 모두 빠졌다… 국민연금 개혁안 ‘맹탕’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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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종합운영계획안

보험료율 점진적 인상 계획
연령별 인상 속도 달리 적용
수급개시연령 등 수치 없어
“제시된 방향 없다” 비판 거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개편안에 인상률이나 수급개시연령 등 구체적인 숫자가 빠져 ‘맹탕’이란 비판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하는 자료를 인터넷에 공개해 국민과 함께 연금개혁안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입장이나, 공을 국회로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점진적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 9%인 보험료율과 42.5%인 소득대체율을 어떻게 조율할지, 2033년 65세로 정한 수급개시연령을 더 늘릴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조 장관은 이 이유에 대해 “전문가, 경영계, 노동계, 세대별 의견이 다양한 만큼 특정안을 제시하기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폭넓은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개혁안에 구체적인 수치 등이 빠지자, 시민단체들은 ‘맹탕’ 개혁안이란 비판을 쏟아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핵심적인 숫자는 아무것도 없고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되고 있다”면서 “소득대체율 상향을 포함한 진정성 있는 노후소득 보장 방안이 책임있게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구체성이 떨어지는 개혁안에 대해 비판했다. 보건사회연구원 한 관계자는 “제시된 방향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국민들은 어떤 방안이 노후 소득 보장과 재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평가할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이번 개혁안에 구체적인 숫자는 빠졌으나 ‘연령별로 인상 속도를 다르게 하겠다’라는 방향성은 공개됐다. 보험료율을 청년층에서는 천천히, 중장년층에서는 빠르게 올린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면, 보험료율을 5% 인상하더라도 40~50대는 5년 만에, 20~30대는 15년~20년에 걸쳐 인상한다는 방식이다. 보건복지부 이스란 연금정책 국장은 “젊은 분들이 본인들은 많이 내도 똑같이 받고, 기성세대는 조금만 내고 많이 받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보험료율을 올린다면 차등하는 게 세대 간 형평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 안을 마련한 것”이라 설명했다.

이를 두고 청년층보다 더 높은 보험료율이 적용되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반발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계획이 내년 4월 총선에서 젊은층 표를 사로잡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개편안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것도, 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표심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세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청년층을 겨냥한 크레딧 제도도 확대한다. 청년세대가 주로 부담하는 출산·군복무 등과 같이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활동에 대해 보상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둘째아부터 가입기간을 12개월씩 인정하는 출산크레딧을 첫째아부터 적용한다. 군복무 크레딧도 현행 6개월에서 전체 복무기간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번 계획안에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노후 소득 보장 방안도 일부 포함됐다. ‘연금 감액 제도’를 폐지해, 노후에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 기준 연금 수급자의 월 소득이 286만 원을 넘을 경우, 연금액이 일부 깎여 일하는 노인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 개혁안에는 ‘기금 고갈’에 대한 청년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연금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도 국민연금법령에 의해 연금은 반드시 지급되나, 국가의 책임임을 보다 명확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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