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정용 부산산악연맹 이사 “산행은 정상 정복보다 그 과정을 깨닫는 게 핵심이죠”
16기 부산일보CEO아카데미 강연
히말리아 골둠피크 세계 최초 등정
“부산도 엑스포 봉우리 도달하길”
‘세계 산악인들의 성지’인 히말라야산맥에 지난 6월 ‘부산’이라는 지명이 붙은 등반 코스가 공식적으로 생겼다. 해발 6620m 골둠피크 봉에 새겨진 ‘부산 엑스포 길’이다.
부산산악연맹 대원들은 히말라야 등정 공식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골둠피크 봉을 지난 4월 11일 세계 최초로 등반에 성공했다. 부산산악연맹 골둠피크 원정대는 오는 28일 결정되는 2030월드엑스포 개최지로 부산이 호명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골둠피크 코스에 담았다고 밝혔다.
골둠피크 정상에 올랐던 골둠피크 원정대 박정용 등반대장(부산산악연맹 이사)은 제16기 부산일보CEO아카데미 2학기 강연자로 나섰다.
박 대장은 지난달 31일 부산롯데호텔 사파이어룸에서 열린 강연에서 골둠피크 등반 당시 모습을 담은 생생한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박 대장은 “산행은 정상을 정복하는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의 매력과 깨달음이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박 대장은 골둠피크 원정 당시 원정대원들과 함께 정상을 향해 캠프1(5600m)·캠프2(5850m)에 무사히 한 단계씩 오르며 정상 정복을 눈앞에 뒀다. 그와 등반대원 2명은 6200m까지 오르며 정상에 한 발짝 더 다가섰지만, 기상 악화와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3600m까지 다시 내려와야만 했다.
박 대장은 “정상으로 가는 능선 한 곳이 평탄한 줄 알았는데, 사실상 등반이 불가능한 길이어서 어쩔 수 없이 1차 등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힘들게 올라갔던 길을 도로 내려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정말 싫었다”면서 “하지만 다시 오를 수 있다는 단단한 마음을 먹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박 대장은 1차 등정 실패 이후 3600m 고지의 마을에서 영양을 보충한 뒤 수직에 가까운 빙벽과 가파른 경사면을 올라 지난 4월 11일 골둠피크 정상에 섰다. 그는 “오랜 기간 동고동락하며 함께 정상에 오른 손호성 대원이 ‘정상에 아무도 없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비로소 세계 최초 등정의 의미를 실감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박 대장은 “산행은 모험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정의했다.
그는 “해발 3000m 이상 올랐을 때 산소가 부족해 생기는 고산병과 영하 30도를 밑도는 극한 추위의 고통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밝혔다. 등반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도의 긴장감과 집중력은 정상을 정복하는 매력만큼이나 크다는 것이다.
박 대장은 “히말라야에 ‘부산’이라는 이름이 담긴 길을 새긴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부산도 2030월드엑스포라는 봉우리에 꼭 도달해 한 단계 더 도약하길 기대한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