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땅’ 된 가자지구… 식량 고갈에 전염병도 확산
빵집 문 닫고 식량 가격 천정부지
피부병 등 전염병 돌지만 약 없어
공습 아닌 보건 문제 사망자 발생
아동 희생자 급증 “아이들 묘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한 채 보복 공습, 지상군 투입 등으로 공격 강도를 높이면서 가자지구가 절망적인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연이은 폭격과 연료 부족으로 하수처리 시설이 가동을 멈추면서 생활용수 부족과 위생 대란을 겪고 있고 우려했던 전염병 확산까지 현실화하면서 가자지구가 민간인의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같은 달 7일 하마스의 공격을 받고 전면 봉쇄한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이 빵과 다른 필수 식품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나설 정도로 굶주림이 확산하고 있다.
가자지구 빵집들은 밀가루와 오븐용 연료의 부족 때문에 문을 닫고 있다. 또 상점에 남아 있는 건조 제품이나 채소 등 식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스라엘은 최근 가자지구에 소량의 인도적 구호품을 반입하는 것은 허용했지만 하마스의 군사적 전용을 우려해 연료 공급은 막고 있다.
그동안 가자지구는 대부분의 식량을 이스라엘과 이집트에 의존해왔고 전쟁 이전에도 주민의 절반 이상이 빈곤선 아래에서 생활해왔다. 하마스가 2006년 팔레스타인 의회 선거에서 승리하고 그 다음 해 가자지구를 장악하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봉쇄에 나선 결과였다. 안 그래도 힘든 생활고가 전쟁으로 더 심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 더해 각종 질병도 퍼지고 있다. 중동 매체 ‘중동모니터’에 따르면 많은 가자지구 주민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피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운영하는 학교들로 대피하면서 이들 학교의 과밀 현상이 빚어져 질병이 번지고 있다.
가자지구 루세이라트 난민캠프의 학교에 1만 5000명 가까운 사람과 함께 있다는 하닌이란 여성은 “피부병과 머릿니가 퍼지기 시작했다”며 “중병에 걸린 어머니와 아이들이 있는데 치료할 약이 없고 모든 것(병)이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UNRWA는 하루에 (1인당) 빵 한 덩어리와 참치 한 캔만 제공한다”며 “음식, 우유, 생리대 부족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병원들도 심각한 상황이다. 푸트나 칼리파 팔레스타인 여성노동개발협회 코디네이터는 “최소 11개 병원은 의약품, 전기, 연료가 없다”고 전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마이어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자지구 주민 중 포격 등 공습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보건 문제로 사망하는 사례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이집트 당국은 심각한 부상자 치료를 위해 가자지구 주민 81명의 입국을 긴급 허용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또 카타르의 중재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갇혀 있던 외국인들의 대피가 가능해졌다고 1일 보도했다.
한편, 이날 AFP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달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852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유엔은 특히 어린이 사망자가 급증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제임스 엘더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대변인은 이날 “3450명 이상의 어린이가 사망한 것으로 보도됐고 이 수치는 매일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가자지구가 수천 명 아이들의 묘지가 됐다”고 말했다.
민간인 피해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마스는 31일 가자지구 자발리아 난민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공습으로 4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