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문어발’ 연애하며 연인 행세…7명 상대로 30억 원 뜯어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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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서, 사기 죄로 40대 여성 구속 송치
결혼 중매앱서 기업체 회장 딸, 예술가 등 행세
유부남, 미혼 남성 등 7명에 교제 미끼로 사기
친정엄마 등 ‘1인 다역’ 연기하며 부잣집 딸 행세
경찰 피해 동거남 집서 은신 중이던 인천서 덜미

울산 울주경찰서 전경. 울산경찰청 제공 울산 울주경찰서 전경. 울산경찰청 제공

최근 유명인 사건으로 혼인빙자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울산에서 다수 남성에게 연인 행세를 하며 투자금 등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뜯어간 40대 여성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A 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A 씨는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7명의 남성으로부터 380여 차례에 걸쳐 총 30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기 수법은 교묘하고 악랄했다. 직업이 없는 A 씨는 주로 결혼 중매앱에서 갤러리 관장이나 기업체 회장 딸 등으로 행세하면서 여러 남성에게 접근, 친분을 쌓고 사업자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

심지어 ‘1인 다역’을 하며 사기극을 이어갔다. 그는 휴대전화 여러 대를 개통한 뒤 혼자서 친정엄마, 친구인 척 허위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피해 남성들에게 자신을 부잣집 딸로 믿게 했다. 또 심부름센터 앱을 통해 가짜 변호사를 고용하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예비사위에게 수억 원의 유산을 상속할 것이 있다”며 피해 남성을 속여 5억 원의 돈을 가로채기도 했다.

한 피해 남성은 A 씨에게 속아 대기업 직장도 그만두고 퇴직금과 대출금까지 합해 약 11억 원의 돈을 뜯긴 뒤 빚 때문에 상당한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특히 범행 대상을 특정하면 반드시 1회 이상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자신의 여유 있는 삶을 과시하고 빠르게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A 씨는 이런 수법으로 주로 40~50대 미혼 남성, 유부남, 이혼남 등을 가리지 않고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한 명당 짧게는 2~3년에서 길게는 7년 이상 교제를 미끼로 사기를 쳤다. 그는 많게는 5명의 남성과 동시에 만나는 ‘문어발’ 연애를 하면서 거액의 돈을 빌리고는 갚지 않았다고 한다.

A 씨는 이렇게 가로챈 돈을 모두 사치품 구입이나 생활비 등에 썼다.

A 씨의 사기 행각은 한 피해 남성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A 씨는 경찰 추적을 피해 새롭게 물색한 피해 남성과 동거하던 인천 집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경찰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A 씨의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소개팅 앱을 통해 만난 이성을 상대로 이뤄지는 각종 사기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앱을 통한 교제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온라인에서 만난 상대가 금전을 요구한다면 우선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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