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인화가로 2막 인생…삶에서 진정한 쉼 찾았어요”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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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출신 문인화가 옥태석 씨

9년 전 약국 접고 문인화 공부
4~9일 부산시청서 첫 개인전
4년 전부터 옻칠 민화도 시작

약사 출신 문인화가 옥태석 씨가 자신의 첫 전시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약사 출신 문인화가 옥태석 씨가 자신의 첫 전시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수십 년간 개국 약사로 살면서 하루하루 긴장하며 쫓기듯이 지내왔지만, 지금은 그림을 통해 삶에서 진정한 쉼을 찾았습니다. 9년 전 약국을 그만두고 문인화가로 살면서 그린 작품을 모아 처음으로 개인 전시회를 열게 됐습니다.”

약사에서 문인화가로 2막 인생을 사는 옥태석 씨는 12월 4일부터 9일까지 부산시청 제3전시실에서 첫 개인전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나날이 좋은 날 되소서)’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문인화 50여 점을 비롯해 옻칠 그림, 반야심경을 사경으로 쓴 서예 작품, 매화병풍, 반야심경 병풍 등 60여 점을 선보인다.

옥 씨가 처음 서예 붓을 잡은 때는 1972년 중앙대 약대 재학 때였다. 그해 10월 유신으로 휴교령이 내려지자 서예로 빈 시간을 채웠다. 그때 서울에서 창현 박종회 선생을 만나 2년간 서예를 배웠다. 대학 졸업 후 고향인 부산으로 와서 약국을 차리고 바쁜 일상을 보내던 그는 다시 서예 공부에 나섰다. 부친인 옥치부 시인·수필가의 소개로 1987년 청천 정운재 선생으로부터 서예 지도를 받았다.

“하지만 그 뒤 부산시약사회장, 대한약사회 부회장, 성의신협이사장,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부이사장,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장 등을 맡으며 바쁜 일상을 보냈습니다. 늘 붓을 다시 잡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그는 2014년 약사로서 정년퇴직하는 결단을 내렸다. 35년간 운영해 온 약국을 접고 심천 양시우 선생의 문하에서 본격적으로 문인화 공부를 시작했다. 그때 옥 씨의 부인도 함께 약국을 그만두었고, 지금은 민화 작업을 하고 있다.

“문인화에 대한 열정과 의욕이 약국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계기가 됐어요. 선과 면과 여백을 구성하고, 그림에 맞는 한시를 찾아서 맞춰가는 것이 문인화의 묘미입니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공모전에 도전하면서 더욱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그의 좌우명은 무한불성(無汗不成)이다. ‘땀을 흘리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성취할 수 없다’는 말이다. 지금도 매일 5~6시간씩 문인화 작업에 몰두한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50~100장을 습작할 정도로 집중한다.

그는 각종 공모전에서 출중한 실력을 인정받아 큰 상을 여럿 받았다. 2018년 청남서예대상 전국휘호대회 문인화 부문 우수상, 2020년 제40회 전국서도민전 문인화 부문 대상, 2022년 제48회 부산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대상, 2023년 대한민국소치미술대전 문인화 대상 및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도 2020년 전국서도민전 대상작 ‘간절한 행복’, 2022년 부산미술대전 대상작 ‘희망’, 2023년 대한민국소치미술대전 대상작 ‘뜰 앞에 서니’를 선보인다.

그는 4년 전부터 매주 토요일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조계종 제15대 종정인 성파 스님으로부터 옻칠 민화를 배우고 있다. “옻칠 민화의 매력은 1000년을 갈 정도로 방부, 방습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색감도 화려하고 강렬합니다. 문인화와 옻칠 민화를 접목해 새로운 그림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약국을 경영하면서 서예 공부를 했던 저의 삶을 떠올려 보면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평생학인, 평생일꾼)라는 성파 종정의 말씀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옥 씨는 “그림을 그리면서 약사로서 보낸 지난 생활과 전혀 다른 예술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며 “100세 시대에 대비해 생활에 활력을 얻고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취미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옥태석 옻칠 민화 ‘환희’. 옥태석 제공 옥태석 옻칠 민화 ‘환희’. 옥태석 제공


옥태석 문인화 ‘설중매’. 옥태석 제공 옥태석 문인화 ‘설중매’. 옥태석 제공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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