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총학 선거 6년 만에 경선… 관심은 ‘시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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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이창준 씨 회장 당선
투표율 50% 못 넘겨 하루 연장
단일후보·출마자 없는 대학도
“공동체 무관심한 세대 특성 탓”

부산 금정구 부산대 정문. 부산대 홈페이지 부산 금정구 부산대 정문. 부산대 홈페이지

부산대 총학생회장이 6년 만에 경선을 통해 선출됐다. 정치색을 띤 활동보다는 학생 의사결정기구 역할에 집중한 학생회가 다시 활성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지난 1일 제56대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지질환경학과 3학년 이창준(21) 씨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 씨는 학생들에게 6365표를 얻었다. 대기환경학과 2학년 서승범(20) 씨는 부회장에 당선됐다.

총학생회장 선거가 대결 구도로 진행된 건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그동안 단수 후보를 놓고 찬반을 묻거나 출마 후보마저 없어 비상대책위원회가 가동되는 실정이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팬데믹 여파 등으로 입후보자가 없어 총학생회 출범 이후 처음 비상대책위원회가 운영되기도 했다. 지난해 총학생회장 선거에는 비대위 출신이 단독으로 입후보해 당선됐다.

선거로 총학생회장이 결정되는 건 부산 다른 대학에서도 보기 드물다. 최근 경성대·동아대·부경대·부산외대 등은 단일 후보가 출마했고, 부산교대와 한국해양대는 총학생회 선거 출마자가 없었다. 부산교대 비상대책위원회 김서현(21) 국장은 “지난달 30일부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며 “글로컬 대학 추진 등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학생회 일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 총학생회장에 출마한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대에서 총학생회장 선거 출마자가 다시 늘어난 이유로는 달라진 학생회 분위기가 꼽힌다. 과거 총학생회는 대학본부에 대항하는 투쟁을 주도해 왔다. 이와 달리 최근엔 대학본부와 협의해 학내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정치색도 옅어졌다. 김요섭(22) 제55대 총학생회장은 “학생회 구성원들 대다수가 비운동권으로 바뀌었다”며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있을 수 있지만 학생회로 활동하는 과정에선 그것을 나타내지 않고 정당 활동도 최대한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당선된 이창준 회장 주요 공약집엔 정치적·이념적 내용보다 학생 진학·취업과 관련된 공약이 주를 이뤘다. 평점 평균 환산 규정 개정, 공인 자격증 일반선택 과목 확대, 2025 교육과정 학생 위주 개편, 예비군 학습 선택권 부여 등이다.

학생들의 즐거운 대학 생활을 위한 공약도 눈에 띄었다. 롯데 자이언츠·부산아이파크 등과 협업해 부산대 공식 응원단 창단, 대학 축제 학생 의견 적극 반영 등의 공약이 학생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다만, 총학생회장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6년 만의 대결 양상에도 학내에는 뜨거운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았다. 총학생회장 선거는 3일간 진행되며 투표율이 50%를 넘지 않으면 하루 연장이 가능하다. 이번에도 3일 동안 투표율 50%를 넘지 못해 투표 기간이 하루 연장됐다. 최종 투표율도 54.48%에 그쳤다. 후보들 선거 유세에도 관심은 저조한 편이었다.

부산대 진시원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여전히 낮은 투표율, 개인주의를 넘어 개체주의적인 학생들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이번 경선 사례만으로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 인식이 변화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공동체의 일에 대한 낮은 관심도는 코로나 세대인 현재 대학생들의 특징적인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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