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준공 목표 이미 지나, 공정률 바닥
PF실패로 계획 틀어져 중단, 건설사 부도
임대아파트 전환 시도, 타결금액 풀어야
PF실패 등 귀책사유 놓고 ‘네탓’ 공방 중

함안더퍼스트지역주택조합이 함안군 가야읍 말산리 78번지 일원에 추진하는 아파트 공사 현장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강대한 기자

경남 함안지역의 첫 ‘주택조합아파트’ 건립이 안갯속이다. 그간 시공을 맡아온 건설사가 최근 부도를 맞으며 사실상 사업에서 손을 놓은 데다 임대아파트로 사업구조 자체를 바꿔 돌파구를 찾곤 있지만 이마저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7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함안더퍼스트지역주택조합은 가야읍 말산리 78번지 일원 3만 8900여㎡에 지하 2층, 지상 27층짜리 아파트 공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조합원 501세대와 일반분양 492세대로, 총 993세대가 59㎡·74㎡·84㎡ 등 3가지 타입으로 애초 올 2월 완공할 목표였다.

그러나 이미 10개월 정도 지난 현재까지도 1층 골조 공사 단계며, 공정률은 13~15%에 그친다. 2021년 11월부터 공사 자체가 멈춰있기 때문이다. 자재비와 인건비 등이 올라 건설경기 자체가 위축된 탓도 있지만, 사업비를 제때 마련 못한 이유가 가장 크다.

이 사업은 2019년 1월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아 그해 5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득하고 2020년 6월 착공에 들어갔다. 당시 조합과 건설사인 남명건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일으켜 공사비 700~800억 원을 조달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PF가 막히면서 처음부터 계획이 틀어지게 됐다.

임시방편으로 자기 자본을 투입하며 사업을 억지로 끌어왔지만 결국 2021년 11월부터 사업비 부족으로 현장은 멈춰 섰다. 2년이 지난 올 12월 1일. 공사 재개는커녕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금융결제원에서 남명건설의 당좌거래가 정지됐다는 공시가 나온 것. ‘부도’가 났다는 의미다.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만기가 돌아온 어음 12억 4000만 원을 내지 못해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함안더퍼스트지역주택조합이 함안군 가야읍 말산리 78번지 일원에 추진하는 아파트 공사 현장 전경. 강대한 기자

일찌감치 남명의 분위기를 인지한 조합은 조합원 의견을 모아 임대아파트로 전환을 검토했다. 임대사업자는 기금대출이 가능해 사업비 확보에 유리하다는 판에서다. 앞서 거제에서도 한 조합아파트가 조선업 경기 침체에 다수 조합원들이 이탈하면서 좌초될 위기를 맞았다가 임대로 전환하면서 구사일생한 바 있다.

다만 함안지역의 경우 타절금액 정산이 선결과제다. 남명에서 여태 공사한 부분에 대한 비용을 정산해야 한다. 문제는 서로 금액 수준을 두고 100억 원 정도 의견차를 보이는 데 있다. 조합에선 단가산정방식으로 계산해 200억 원 남짓, 남명은 원가산정방식으로 보면 300억 원이 넘는 돈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또 조합은 사업을 이어받을 다른 시공사를 발 빠르게 물색하고 있다. 이미 건설사 3곳과 접촉해 임대 사업이 가능한 업체인지, 주택보증기금 대출 조건은 만족하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이르면 내년 1월께 조합을 청산하고 임대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남명의 기업회생 여부와 타절금 산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조현화 함안더퍼스트 조합장은 “타절금액이 적절한 선에서 협의가 됐다면 벌써 다른 건설사 들어와서 공사를 재개했을 것”이라며 “남명에게 PF 실패의 귀책이 있는데 현장까지 볼모로 잡고 욕심을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이병열 남명건설 회장은 “표준계약에 따라 금액을 청구해 왔지만 조합장이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적은 없었다”면서 “PF 역시 지분을 90%이상 가진 조합이 주체지, 시행사는 신용 보강이나 연대보증을 서주는 정도”라고 반박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