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 재현 조짐에 주유소·화물기사 속앓이
벌써 사재기 기승 현장에선 동나
4일간 팔리던 50개 반나절 매진
부산 신항 등 물류거점선 더 심각
가격 배 껑충… 판매 개수 제한도
“평소 요소수 10L짜리 페트병이 나흘 동안 50통 팔리는데, 반나절 만에 동이 났습니다.”
7일 오전 10시 부산 강서구 송정동 부산물류터미널 인근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홍동욱(57) 씨는 요소수 사재기 현상이 피부에 와닿는다고 말했다. 중국발 요소 수출 중단 소식에 요소수를 미리 사놓으려는 소비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재고 문의 전화도 빗발친다. 홍 씨는 “2년 전 요소수 대란이 있을 때 부산을 오가는 화물기사들과 물류업계 관계자들이 가격 급등 문제를 겪어서 미리 사 놓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물량이 떨어져 업체에 주문을 넣어놨는데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이 한국으로의 요소 수출 통관 보류를 하면서 화물차가 주로 다니는 부산 일부 지역 주유소에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요소수 사재기 조짐도 보인다. 2년 전 ‘요소수 대란’ 이후 시장에 불안 심리가 퍼지면서 요소수 가격이 뛰거나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이날 오전 11시 부산 강서구 범방동 렛츠런파크 인근 주유소. 요소수 페트병을 쌓아놓는 깔판인 팔레트 2개가 텅 비어있었다. 평소 이 주유소는 요소수 80통 정도를 재고로 운용하며 판매하지만 전날 모두 팔았다. 요소수는 크게 주유기로 직접 주입하는 벌크형 공급과 10L 페트병 포장 판매 등 2가지 방식으로 판매된다.
운전자들이 이동할 때 사용하기 편한 페트병 물량이 동이 난 상황이다. 아직 주유소에서 주유고로 직접 주입하는 것은 가능하다. 비슷한 시각 화물차가 많이 지나다니는 남구 용호동과 강서구 주유소들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일부 주유소는 재고를 보유하기 위해 운전자당 판매 개수를 제한했다.
부산신항 인근 주유소 관계자는 “하루면 요소수 팔레트(요소수 80통) 1개가 배송되는데, 현재는 언제 배송될지 기약이 없다”며 “대부분 손님이 화물차 기사인데, 1인당 2개씩만 구매하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류 허브이자 화물차 이동이 많은 부산지역 주유소 중 요소수 물량이 없는 곳은 2~3군데로 대단위 품절을 우려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2년 전 요소수 대란 이후 불안감이 시장에 퍼지면서 운전자들이 미리 요소수를 확보해 놓으려는 상황이다. 주유소 등에서 물량이 점점 떨어지다 보니 L당 평균 1200~1400원대이던 요소수가 온라인에서는 2배 가까이 가격이 뛰고 있다.
생업이 걸린 화물기사들은 요소수 가격이 뛰자 걱정이 크다. 25t짜리 화물차량이 컨테이너를 싣고 400~500km를 운행하면 요소수가 최소 10L짜리 한 통이 필요하다. 부산~서울 왕복에만 요소수 2통이 필요하다. 요소는 경유 차량의 매연을 줄이기 위한 요소수의 핵심원료다. 화물차뿐만 아니라 영업용으로 쓰는 트럭과 크레인, 굴착기 등 건설현장 장비에도 사용된다.
화물차 기사 옥 모(55) 씨는 “2년 전 요소수 대란 때 곤욕을 치러서 그런지 요소수를 10통 넘게 미리 사 놓은 기사들이 적지 않다. 물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다음 달부터 요소수를 비축하지 못한 차량들은 정상적인 운행이 어려울 것 같다”며 “요소수 가격도 많이 뛰어 경제적으로 어렵다. 최근 가장 좋은 품질의 요소수가 1통 기준 4만 4000원 수준으로 올랐는데 몇 달새 가격이 3배나 뛴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국내 재고와 함께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와 맺은 계약 물량으로 수급에 문제가 없다며 2년 전 같은 요소수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