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세팍타크로의 성지는 우리 부산입니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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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완 부산세팍타크로협회 회장

2006년 부산기계공고 팀 창단
20년 가까이 세팍타크로 키우기 전력
전국체전 단체전 종합우승 6연패
중학교 팀 창단, 전용경기장 건립 추진

부산시세팍타크로협회 최영완 회장이 지난 12일 부산 해운대구 중동 부산시세팍타크로협회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시세팍타크로협회 최영완 회장이 지난 12일 부산 해운대구 중동 부산시세팍타크로협회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 회장의 부산체고 감독 시절 모습. 최 회장의 부산체고 감독 시절 모습.

20여 년 전만 해도 ‘세팍타크로’는 낯선 운동 종목이었다. 세팍타크로는 말레이시아어 ‘세팍(차다)’, 태국어 ‘타크로(등나무로 엮어 만든 공)’가 합쳐 만들어진 구기 종목으로, 축구와 배구의 혼합형 스포츠이다. 우리에겐 족구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동남아 주요국에서 국민적인 인기를 끌면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도 채택됐지만 한국은 불모지에 가까웠다. 지난 4월 부산시세팍타크로협회장에 취임한 최영완 회장은 우리나라를 세팍타크로 강국으로, 특히 부산을 세팍타크로의 성지로 만든 주인공이다. 지난 12일 부산 해운대구 중동 달맞이고개에 위치한 부산시세팍타크로협회에서 그를 만났다.

최 회장은 “20년 전에는 이 운동을 아는 이가 드물어 팀을 구성하기도 어려웠다. 축구 선수들을 찾아가 설득하고, 열심히 함께 훈련한 덕분에 한국의 세팍타크로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원래 동래중·동래고에서 축구 선수로 활약했다. 부산대학교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하면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세팍타크로를 만나게 됐다. 2005년 전국체육대회 이후 부산시교육청과 시체육회에서 세팍타크로 창단에 대해 논의하면서 그에게 감독직 제의가 온 것이다.

최 회장은 그해 11월 세팍타크로 종주국인 태국을 찾아 킹스컵 대회를 직접 참관했다. 경기를 관람하면서 세팍타크로가 축구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판단했고, 축구 선수들을 훈련시키면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당장 그는 축구를 그만둔 선수들을 수소문해 설득했다. 2006년 부산기계공고 세팍타크로팀은 그렇게 창단하게 됐다.

점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부산기계공고 세팍타크로팀에 갑작스런 위기가 왔다. 부산기계공고가 마이스터고등학교로 전환하면서 체육특기생 제도가 폐지돼 팀을 운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최 회장은 “정말 하늘이 도왔다. 다행히 2013년 부산체고로 팀을 이관할 수 있게 되면서 재창단할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했다.

날개가 달린 최 회장은 거침없이 나아갔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고등부, 실업부 대회마다 쫓아다니며 부산 세팍타크로를 키웠다. 그가 감독을 맡았던 부산체고 남자팀은 전국체전 5연패를 달성했고, 2018년에는 부산체고에 여자팀도 창단했다. 전국체전에서 부산이 세팍타크로 단체전 종합우승 6연패의 위업도 달성하는 데도 기여했다. 세팍타크로 단체전 종목은 점수 배점이 높아 부산시의 전국체전 성적에도 큰 도움을 줬다.

최 회장은 부산세팍타크로협회 곽성호 전무이사(부산환경공단 세팍타크로 여자팀 감독) 등 수많은 제자들도 키워냈다. 한국 세팍타크로 선수의 반절은 최 회장의 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는 20년 가까이 세팍타크로만을 위해 질주했지만 아직 더 뛰겠다는 각오다. 내년 경남 김해시에서 개최되는 전국체전, 다음 해 부산에서 열릴 전국체전까지 단체전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열렸던 친선대회에도 뛰어가 선수들을 격려하고 식사까지 책임졌다. 중학교 세팍타크로팀 창단도 추진 중이며 전용경기장 건립에도 열성을 다하고 있다.

“저는 앞으로도 선수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갈 것입니다. 뛰어난 선수들을 육성하고 부산이, 아니 우리 한국이 세팍타크로 강국으로 자리 잡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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